거대 기기들 ‘제어’ 핵심부품 “정직한 기술력으로 승부”

전승우 로토크 코리아 대표이사

근대사회의 산업발전을 이룩해 놓은 인간의 한계는 아직까지도 미지수다. 과거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비행은 어느덧 항공운수업을 이루었고 우주로의 여행까지 기대하게 되는 등 머릿속 상상력이 현실화 되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땀과 노력, 그리고 이를 가능케한 여러 기기들을 이루는 구성품들에 대해 아는 이는, 전문가가 아니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거대 기기설비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부품들의 역량은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것 보다 더욱 값진 의미를 지닌다.

‘액추에이터(Actuator)’는 그들 중 하나에 해당된다.

다소 생소한 액추에이터란 사전적 의미로 ‘가동시키는 것’을 뜻하는데, 흔히 가동에너지(전기에너지)를 기계적인 변위 또는 응력으로 변환하는 트랜듀서이며 공기압식, 유압식, 전기식 등이 있다. 즉, 에너지를 기계적인 일로 변환시켜 직선운동이나 회전운동 등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액추에이터는 실상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자동차에서부터 선박이나 댐, 정유공장 등에 이르기까지 그 쓰임이 다양하다.

1958년 영국 런던에서 서쪽으로 150㎞가량 떨어진 바쓰(Bath)라는 도시에서 설립된 업체 로토크(Rotork)는 이 액추에이터에 있어 전세계를 상대로 한다. 현재 80여 개국에 걸쳐 지사 및 에이전트가 운용중이며 반세기에 이른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는 산업 자동화와 계측기기 분야를 선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한국법인인 ‘로토크 콘트롤즈 코리아 주식회사’(이하 로토크 코리아)는 동남아시아는 물론, 중동과 유럽, 미주에 이르기까지 가스와 오일, 원자력, 발전사업, 화학 플랜트, 상하수도, 선박 등의 액추에이터에 있어 명실공히 으뜸을 달리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로토크 코리아만의 고객관리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액추에이터는 본래 밸브(Valve)업체를 주고객으로 하지만 결국 밸브 액추에이션(Valve Actuation)을 필요로 하는 곳이 최종 고객이 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외국의 공사를 수주할 때 일종의 플랜을 제공한다. 직접 액추에이터를 공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국가마다 기준이 달라 후보군이 되는 해당 액추에이터 및 업체에 대한 수준과 기술력 등을 조언, 국내 기업의 액추에이터 및 업체 선정을 도와주고 있다.

국내에는 이미 전국 곳곳에 로토크 코리아에서 수급한 액추에이터가 가동중이다. 한국도시가스를 비롯해 과천정수장, 영광원자력, 태안화력, 충주댐, 인천 LNG, 현대중공업 등 프로젝트로만 계산해도 수백여 개에 이른다.

이러한 로토크 코리아에도 한 번쯤 시련은 찾아 왔다. 1988년 ‘지사’의 개념으로 출발한 로토크 코리아는 1995년 오늘날의 한국법인에 이르렀지만 2년 뒤 IMF를 겪으며 위기를 맞았다. 당시 50% 가깝게 보이던 시장점유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 했던 것 처럼 본사의 기술력과 한국법인의 마케팅이 조화를 이뤄 이제는 30% 가량을 웃돌고 있다. 기술력에 있어서는 영국 및 말레이시아 등에서 생산된 MOV(Motor Operated Valve)를 통해 수동화를 벗어나 신속성, 안전성, 효율성을 꾀했고 마케팅에 있어서는 ‘Install & Forget’이란 회사이념 아래 공급은 물론 서비스까지, 고객만족을 실천해 왔다.

외국계 기업이라는 텃새 속에서도 한국법인으로서 한국인의 자긍심을 간직하고 있다는 로토크 코리아는 가까운 미래에 사회환원 활동은 물론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하는 등 이제 제2의 도약을 준비중이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인터뷰> 전승우 로토크 코리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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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에… 한국인 자긍심 심었죠”

“산업기기에 생산성을 높여 효율성을 극대화 시키는 것, 그것이 우리의 소임입니다.”

전승우(49) 로토크 코리아 대표이사는 ‘액추에이터’에 대한 자긍심으로 꽉 차 있다. 그의 설명대로 ‘산업에 사용되면서 사람이 하지 못하는 리퀴드(Liquid)나 가스(Gas) 등의 제어를 가능케 하는 것이 액추에이터’라고 볼 때 효율성과 생산성을 끌어 올리는 발전력의 핵심부품이 되기 때문이다.

전 대표가 산업분야와 인연을 맺어 온 것은 오래됐지만 실상 한 기업의 대표로서 지나온 길은 그리 길지 않다.

경희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삼미특수강㈜ 중앙연구소 기술개발부를 시작으로 4년 가량 연구·관리직을 담당했던 그는 1991년 인스트론 코리아㈜ 영업부로 뛰어든 이후 마켓의 영역을 쌓아왔다. 특히 1993년부터는 엑추에이터와 같은 기계장치를 생산하는 업체에 몸담아 왔다.

“처음 영업시장으로 나왔을 땐 그야말로 실수투성이었죠. 그러다 차츰 영업은 ‘정직’이란 정공법이 최고란 걸 깨달으며 매력에 빠졌습니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요? 산업분야에서는 꽤 알아준다는 업체에 있었죠. 그런데 어느날 제 능력을 충분히 발휘 할 수 있는 곳이 어딜까 고민했습니다.”

2년여 전 전문 헤드헌터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그는 소위 ‘스카우트’ 형태로 자리를 옮겨왔다. 후보군 중 가장 막차를 탔던 그는 당시 내로라 하는 5~6명의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었던 건 영업에서 익히 정공법이 도움이 됐다고. 본사 회장의 최종 면접시 정직하게 이력과 소신을 답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왔다.

이 같은 본사의 선택은 곧 실적으로 나타났다. 물론 현실적 여건상 IMF 이전 만큼은 아니지만 연평균 100억원 규모의 매출과 날로 신장하는 판로 등에는 전 대표가 담당한 일익이 결코 작지 않았다.

“외국계 기업에서 성공한 케이스 아니냐 하는데, 정말 만만치 않았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 우리나라 사람들이 알고 있는 외국계 기업의 내적 분위기, 문화는 정말 다르거든요. 철저하게 실력으로 승부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저요? 실력이라 표현하긴 뭐하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취업난 속에 외국계 기업을 동경하는 구직자들에 대한 그의 조언은 간단명료했지만 말투와 표정 속에 피나는 땀방울이 묻어 나왔고 자만하지 않는 겸손함이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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