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웠다는 사람들이 더 한다. 고귀하단 사람들이 더 무섭다. 지금 나라를 온통 들쑤시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위인들이다. 정동영·이명박·권영길·이인제·문국현·이회창 등이 이런 사람들이다. 그 주변의 사람들 역시 같은 사람들이다.
하나 같이 많이 배우고 높고 귀한 사람들이 하는 짓은 하나같이 개차반이다. 여기에 굳이 옮길 것도 없다. 못 배우고 미천한 시정잡배도 사람의 맛이란 게 있다. 위선과 가식, 배신과 음모, 모략과 중상이 판치는 그들같지 않다. 사람 맛이 간 그들은 오늘도 이곳 저곳을 누비며 비굴한 웃음과 생쇼로 표를 구걸한다. 내가 찍어줄까 하고 맘먹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상한 것은 하나같이 돈많은 부자라는 사실이다. 그 가운덴 또 정치를 하면서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다. 정말 이상하다. 전같지 않아 정치를 하면 축재를 하는 것일까, 예전에 신익희는 정치를 하며 논을 팔아 대고, 조병옥 장면은 집을 팔기도 했다. 유진산은 전셋집에서 임종하며 부인에게 빚을 남겼다. 박정희가 남긴 유산은 아무것도 없다. 구미 생가는 큰조카 것이다.
정동영은 불과 3년새 6억7천938만원을 축재하는 재주를 가져서인 지, 아들을 한 해에 3천만원이 들기도 하고 1억원이 들기도 한다는 미국 고등학교에 조기유학을 보내놓고 있다. 이명박의 아들 딸 위장 취업은 치사하다. 명문초교 입학을 위해 위장전입 했던 자녀들이다. 이회창이 쏟아내는 막말 악담은 심히 어른답지 않다.
악다구니 대선판에서 또 하나 가관인 것은 ‘배운’ 사기꾼의 등장이다. 금융의 귀재라던 김경준이 금융의 죄인이 되어 돌아왔다. 그가 미국으로 도망가면서 가로챈 384억원의 BBK 소액투자 피해자가 천 수백 명이다. 미국교도소에 있다가 오는 주제에 어울리지 않게 웃어보인 객기는 뭣일까, 그 해답의 실마리가 박수종 변호사의 김경준 변호인 사임에서 나타났다. “금융사건으로만 하는 줄 알았는데…(아니더라)”는 사임의 이유는 배후를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이명박과의 이면계약을 말하며 미국에서 엊그제 새벽 기자회견을 한다 했다가 올케를 내보낸 그의 누님 에리카 김 또한 변호사를 하다 서류위조와 돈세탁 등으로 변호사 면허가 정지된 사람이다.
이명박이 이들의 주장대로 BBK 주가조작사건에 관련이 있는 지 여부의 검찰수사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은 당연하다. 문젠 ‘금융사건으로만 하는 줄 알았는데…(아니더라)’는 대목이 주목되는 데 있다. 물귀신작전이 떳떳한 것이라면 기획입국의 막후가 숨어있을 이유가 없다. 도대체 베일에 가려진 연출자가 누구인 지 알쏭달쏭하다.
배울만큼 배워 고귀하다는 분들이 하는 것을 보면 못배운 조폭을 연상케 한다. 아니 더 한다. ‘네가 안 죽으면 내가 죽는다’는 것으로 아는 그 세계에도 나름대로의 의리가 있다. 민초들의 생존경쟁에도 신의가 있다. 이를 사회성지수(SQ)라고 한다. 사회성지수가 낮으면 마음의 맹인이 된다. 이번 대선의 특성은 정치성지수가 낮은 마음의 맹인들이 득실댄다는 사실이다.
사회인이 저지르는 범죄나 행패보다 지도층이 저지르는 범죄나 행패가 훨씬 두려운 것은 그 폐악이 비할 수 없이 더 심하기 때문이다. 일반인의 죄악이 무섭긴 해도 일반사회악으로 그치지만, 정치지도층의 폐악은 국가사회에 돌아가 국운을 해친다. 지금 대통령을 서로 하겠다는 사람들은 과연 이에 얼마나 자유로운 지, 악다구니에 바쁜 자신의 모습을 돌아봐야 한다.
“전쟁은 방패로 이기는 것이 아니고 칼날로 이긴다”고 했다. 고대 로마의 장군 스키피오가 한 말이다. “상대의 공세를 무력화하는 것이 승리의 가장 큰 요체다”라고 한 제갈공명은 수비형 공격 진법으로, 양자강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대군을 수몰시켰다. 미국의 33대 대통령 트루먼은 민주당 소속후보로 공화당의 입심좋은 듀이에게 마냥 공격받았으나, 점잖게 응수하며 자신의 생각만을 피력한 것이 유권자들 마음을 사 재선에 성공했다.
BBK 수사가 한창이다. 일정은 그래도 어김이 없다. 다음 주 부터는 12월19일의 대통령선거 공식기간으로 들어간다. 오는 25~26일 본선후보 등록을 사나흘 앞두고 있다. 범여권은 BBK 총공세속에 한편으로는 이인제의 독자출마 천명에도, 또 문국현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단일화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대선 후보 공식 등록일을 눈앞에 두고도 종잡기 어려운 이상한 판국이지만, 제발 본선에 들어가면 ‘마음의 눈’을 떠 달려져야 한다. 대선 쟁패를 스키피오형, 제갈공명형, 트루먼형 어떤 것으로 하느냐는 것은 자유일지라도, 국민은 네거티브에 식상할대로 했다. 그간 궁금했던 것, 이상하게 여겼던 것들 속내는 언젠가는 결국은 제풀에 드러나고 말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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