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자 보시오

“이명박을 찍어서(대통령 당선이) 되긴 됐는데 앞으로가 걱정이오” 하는 국민이 많소. 당신은 왜 그런다고 생각하오? 내가 보기에는 세 가지요. BBK 특검이 그 하나고, (한나라당)당내 문제가 잘 풀릴 것인지 걱정되는 게 또 하나고, 당신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다짐한대로 과연 경제가 살아날 건지 의문인 것이 또 하나일 것이오.

BBK부터 얘기합시다. 김경준 입국에서 광운대 동영상까지 국민을 참 피곤하게 만든 것이 당신이오. 그런데 왜 당신이 (당선)됐을까요? 좌파정권 10년의 실정을 이제 종식시켜야 한다는 국민의 대승적 판단이라고 믿소. 사람으로 치면 예컨대 (기록적 탈당의 멍에 때문에 하위권으로 추락했지만) 이인제 같은 사람이 얼마나 똑똑하오. 그런데 김대중과 붙은 15대 대선에서 얻은 500만표가 무색하리만큼 추락한 것과 마찬가지로, 후보자는 많아도 정작 국민이 행사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좁았소. 아마 당신도 최선이기보단 차선으로 선택한 유권자가 많을 것이오. 사상 최저의 투표율이 인물난에 겹친 이전투구의 양상에 유권자들이 식상한 탓이오.

헌정사상 특검 혐의자를 대통령으로 뽑기는 처음이오. 입맛이 참 씁쓸한 일이오. (대통합민주신당)정동영은 말할 것 없고 보수라는 (무소속의)이회창까지 합세한 참으로 집요한 BBK 공세에도 당신이 당선된 것은 무혐의로 본 검찰수사를 믿고있기 때문이오. 기왕 시작되는 특검이고 보면 앞으로 당당하게 임해야 할 것이오. 당선자 신분을 성역화하지 않는 그래서 특검에 소환신문을 자청하는 그런 면모를 보고 싶소. 문제는 BBK오. 만약 불행히도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면 더 이상 어쩔 수 없소. 빠른 재선거가 가능하도록 즉각 사퇴해야 할 것이오. 그러나 특검 역시 무혐의가 나면 당신은 BBK 망령에서 완전히 해방되고, 당신을 무고한 사람들은 내년 4월 총선에서 천벌을 대신한 민심의 응징을 받을 것이오.

다음은 당내 문제이오. 공과 사를 분명히 하는 것이 당을 결집하는 최상의 방책임을 명심하시오. 공사 구분은 원칙이기 때문이오. 객담을 들겠소. 이회창이 박근혜(한나라당 전 대표) 집을 ‘삼고초려’한 게 화제가 됐잖소. 지난 대선 땐 투표일 막바지에 김종필 집을 방문하라는 주위의 권유를 막무가내로 뿌리친 그가 세 번이나 박근혜를 찾아 허탕치고도, 무슨 공동정부를 구성한다고 혼자 말도 안 되는 소릴 했잖소. 그런데 노무현(대통령)은 지난 대선 투표전날 밤 단일화 지지를 전격 철회한 정몽준 집을 찾았으나 문전축객 당한 게 되레 전화위복이 되어 당선됐는데 이회창은 ‘삼고초려’하고도 떨어졌소. 왜 그럴까요? 이회창의 경우, 원칙을 어겼기 때문에 약발을 못본 것이오.

오래된 얘길 하겠소. 당신이 서울시장을 하면서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에서 한국을 준결승까지 끌어올린 히딩크(감독)에게 명예시민증을 주는 공식행사가 있었소. 그 자리에서 히딩크와 기념촬영하는 순서가 있었는데, 난데없이 기념식장 단상에 있는 당신이 단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누구더러 올라오라고 하잖겠소. 알고 보니 딸들과 손주들인데 아무리 기념촬영을 같이 하고싶어도 그렇지, 공식행사에서 공인으로 공사를 구분못하는 처신이었소. 이번 선거기간동안 말썽이된 위장전입·위장취업 같은 것도 같은 맥락이오.

앞으로 당도 그렇소. 원칙을 깨거나 공사를 구분 못하는 위장전입·위장취업 방식으로 당을 흔들고, 대통령직 인수위를 측근으로만 채우고, 나아가 국정도 그런식으로 농단하면 더 볼것 없이 당신 역시 부패정부 무능정권 소릴 듣게 될 테니까요. 노무현(정권)이 내편 네편으로 갈라 실패한 전철을 ‘전거복철’(前車覆轍·앞서간 수레가 뒤집힌 것을 보았으면 뒷 수레는 앞차가 지나간 자국을 지나지 말라는 고사)의 교훈으로 누구보다 명심해야 할 사람이 당신이오. 당장 시급한 당내 문제가 알다시피 내년 4월 총선이잖소. 벌써부터 들리는 불협화음이 다 공천을 둔 잡음이잖소. 왜 이럴까요? 당신에게도 원인이 있소. 정녕 당을 위한다면, 분당의 불씨를 없애려면 당신의 사조직인 청계포럼을 먼저 완전히 해체해 보여야 할 것이오.

이제 경제살리는 얘길 합시다. 사실은 이게 국민사회의 최대 관심사이면서도, 만성질환에 빠져 어려운 일이지요.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옛말이 있지만, 국민이 먹여 살려달라는 게 아니고 벌어먹고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므로,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돈이 잘 돌아 장사가 잘 되게 하는 것이 요체가 아니겠소. 이러기 위해선 당신이 더 잘 알다시피 기업이 잘 돌아가야겠지오.

제발 그놈의 기업규제, 중첩투성이인 규제를 좀 과감하게 풀어 숨통을 터주시오. 대기업·중소기업·영세기업이 저마다 제구실을 다 할 수 있도록 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첩경이니까요. 아울러 굴뚝산업의 유물인 수도권규제도 첨단산업시대에 맞게 확 풀어야 하지 않겠소. 경제회생의 국민적 염원이 당신을 압도적으로 선택한 사실을 한 시도 잊지말고 실망시키지 않기 바라오. “이명박을 찍어서 되긴 됐는데 앞으로가 걱정이오” 하는 사람들의 걱정을 꼭 덜어주시오. 안 찍었던 사람들도 당신을 좋아하게 되도록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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