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뭉쳐, 세계시장 활로 찾는다

최근의 경제환경은 급격한 기술변화와 짧아진 제품수명주기로 기업의 신속한 대응력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FTA라는 시대적 조류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글로벌경쟁에서 승리해야 생존할수 있다는 절박감을 더하고 있다.

또 소비자의 욕구는 대량생산체제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전환을 강요하고 있으며 제조업의 성장률과 고용률이 한계에 직면함에 따라 중소기업에게도 고도화된 전문경영기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경제환경에서 중소기업 2~7개가 각각 기업의 핵심역량, 즉 R&D기업은 기술, 제조업체는 시설, 마케팅기업은 판로 등만으로 뭉쳐 대기업과 같은 효과를 내는 협업경영기법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04년 기업 CEO, 산업연구원 박사, 언론계 인사 등 다양한 전문인력의 참여로 출범한 한국ICMS협회가 시행하고 있는 ICMS사업(Integrated Contract Manufacturing & Service: ‘통합계약 생산 및 서비스’를 의미)은 협업경영의 메카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미 이탈리아에서는 1980년대 중반부터 개별중소기업이 아닌 기업간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방식이 진행되고 있으며 일본 역시 2005년 신사업활동촉진법 제정으로 중소기업간 협업을 지원하고 있다.

협업은 R&D, 제조, 마케팅 등 특화된 전문기업이 핵심분야만 직접 수행하고 나머지는 상호간 협력을 통해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협업 참여기업들이 자금과 위험을 분담하면서 신속하고 유연하게 제품생산과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다.

따라서 동업의 의미가 아니며, 협업기업간 동등한 지위를 갖고 다만 판매나 제조 등 해당 기업의 역할만 담당하는 것이다.

핵심기술을 보유한 R&D전문업체가 생산, 마케팅업체와 협업체를 구성하거나 국내·외 주문을 수주한 마케팅 전문업체가 생산업체와 협업체를 구성하는 형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같은 협업 지원법안이 지난 2006년 중소기업특례법 개정을 통해 이미 시행되고 있다.

한국ICMS협회는 협업사업 승인제도를 통해 다수의 기업이 제품개발, 생산, 판매 등에서 각각의 전문적인 역할을 분담, 상호 보완적으로 제품을 개발·생산·판매하는 협업사업계획의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정부는 협업기업에게는 협업자금 융자지원과 협업체 운영 컨설팅을 지원하고, 신용보증이나 기술보증, 중소기업청 R&D, 판로 등 우선 지원에 나서게 된다.

위성수신 R&D 및 마케팅 전문 기업인 M사는 위성수신기술에 있어 장영실상을 수상할 만큼 국내뿐 아니라 프랑스등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는 업체다.

그러나 지난 2006년 해외에서 밀려드는 주문량과 바이어의 제품 업그레이드 요구에 따라 빠른 기간 내 금형부품 개발의 절실함을 느꼈다.

제품의 질과 속도라는 2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M사는 한국ICMS협회(한국협업기업협회)를 통해 금형부품 안테나 제조회사인 S기업과 수신기 제조업체 K정밀과 협업(CF: Consortium Family)을 맺었다.

월등한 기술에 비해 생산시설과 전문인력 등이 부족하기도 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늘리면 기술개발에 필요한 자금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M사는 결국 협업을 통해 조립금속 제품생산은 별도의 전문업체가 담당하게 하고 기술개발에만 집중, 프랑스 방송국에 납품하는데 성공했다.

이로인해 M사의 기술개발력과 마케팅력이 더욱 고도화 됐음은 물론 S기업과 K정밀은 안정적인 마케팅을 기반으로 제조능력을 한단계 높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현재 이들 기업은 기존 프랑스 바이어는 물론 두바이와 탄자니아 등 신규시장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이밖에도 M크코리아는 제품 포장 및 디자인과 해외 마케팅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사업 다각화와 제품 다양화를 위해 협업경영을 전개키로 했다.

마케팅 업체가 중심이 됐지만 소비자의 욕구에 맞는 업그레이드를 위해 마케팅분야를 확대한 것이다.

R&D, 마케팅 전문업체 I와이드와 부품공급업체 M테크 등이 협업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현재는 멀티미디어 관련 기재(CD/DVD, 테잎 등)에 대한 양질의 수급으로 핵심 기술인 저장 매체의 질적 향상을 이뤘으며 미디어 기재의 저가 공급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이들 협업기업들은 국내 교육 미디어 관련 업체에 납품 공급 계약을 준비중에 있으며, 하반기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장충식기자 jcs@kgib.co.kr

<인터뷰> “글로벌시대 中企 생존모델”

“올해는 한국ICMS협회의 본격적인 성장기로 기대하는 만큼 협업사업 환경을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중소기업의 생존 모델인 협업사업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국ICMS협회(한국협업기업협회) 권재형 회장은 2008년을 한국ICMS협회 성장기로 규정, 활발한 활동을 다짐했다.

권 회장은 “지난 2006년 12월22일 중소기업간 협업을 지원하는 법률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나서 기업간 협업사업이 햇빛을 쬐였지만 짧은 홍보기간으로 인해 기대만큼의 호응은 없었다”며 “선진국에 비해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협회가 시행하고 있는 ICMS사업은 통합계약 생산 및 서비스 방식으로 흔히 말하는 동업과는 차이가 있다.

“아웃소싱의 한 방법이긴 하지만 1개의 기업이 개발에서 판매까지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기업이 가장 경쟁력 있는 부분, 즉 그 기업이 가장 잘하는 부분을 각각 맡아 수행함으로써 대기업과 같은 시너지 효과를 낼뿐 아니라 참여기업의 평등한 관계로 인해 갑작스런 가격인하 등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권 회장은 말한다.

지난 2004년 설립된 협회는 그동안 지원법안이 없는 상태에서 성공사례를 만들어냈고 협업사업에 대한 홍보에 주력해 왔다.

협회가 이 기간동안 수행한 협업사업을 중심으로 내놓은 ‘협업사업의 성공및 실패사례’는 정부기관은 물론 중소기업을 연구하는 각종 기관과 연구기관등에서 뜨거운 인기를 끌 정도로 협업분야사업의 기초자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원법안 통과 후 예산사업 첫해인 올해, 협회는 산업자원부, 중소기업청 등 중앙정부는 물론 경기도 등 지자체와 함께 글로벌시대 중소기업의 생존모델인 협업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최대 밀집지역인 경기도와 파트너십을 맺고 각종 세미나와 간담회, 설명회 등을 추진하면서 홍보 및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만 하다. 권 회장은 “최근들어 협업의 필요성은 중소기업들뿐 아니라 대기업에서 공감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FTA체제로 대변되는 글로벌시대를 맞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협업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와 같이 무한경쟁체제 속에서는 중소기업은 특히 단 한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 수 있지만 협업을 하게 되면 사업에 참여한 2~6개 기업이 리스크를 분담,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도 낼 수 있다.

그는 “중소기업이라도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핵심역량들로 뭉친다면 사업성공률은 대단히 높아질 것”이라며 “협업을 통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회는 회원사뿐 아니라 모든 중소기업에 문을 개방하고 노하우를 나누겠다”고 말했다. 권회장은 특히 “기업이라는 것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스스로 움직이고 변화하지 않으면 힘들어 진다”며 “협업에 대해 생소해 하지 말고 이를 기업발전의 기회로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장충식기자 jcs@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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