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부담 적은 저온성 품종으로 승부수 ”

홍완식  경기도 시클라멘연구회장

“궂은 날이 있으면 갠 날이 있듯이 힘든 때가 있으면 즐거운 때도 있는 것이 인생사가 아니겠습니까. 화훼산업이 여러 대내외적 악재로 침체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연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기름 값, 여기에다 소비까지 침체돼 국내 화훼산업이 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생산비 절감을 위한 품종 선택과 재배기술 개발로 난국을 헤쳐 가고 있는 선진 화훼인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경기도 시클라멘연구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홍완식씨(52·이천 하일꽃 농장 대표).

◇갈수록 어려운 화훼산업

“하고 싶은 말은 아니지만 꽃 농사가 얼마나 어려운지 한번 경영비를 따져 볼까요. 수년째 꽃 값은 떨어지고 있는데 반해 인건비에다 특히 난방비용이 총 경영비중 점유하는 비율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가고 있습니다.”

홍씨는 현재, 이천 신둔과 백사지역에서 총 1만2천㎡ 온실 면적으로 꽃 농사를 짓고 있다. 소형분화가 주종인 온실에는 베고니아와 시클라멘, 카네이션 그리고 초 저온성인 천양금 등 20여종의 화종이 즐비하게 재배되고 있다. 이만하면 수도권내 손꼽을 만한 대농이다.

생산비를 줄일 수 있는 체계적 화종 선택에다 기술개발로 해마다 경영비를 줄이고 있지만 연간 3억원 정도나 되는 경영비가 항상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그 중에서도 난방비가 문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총 경영비중 난방비가 20~30% 정도 였지만 올해에는 50%까지 점유할 것이란 자체 판단이다. 기름 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탓이다. 올해 같으면 3천300㎡ 기준, 난방비가 1천만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또한 지난해 유지했던 평균 온실 온도(20℃)를 3℃ 정도 떨어뜨렸을 때 계산되는 액수다.

지난해의 경우, 온실 온도를 20℃로 맞췄어도 월 평균 난방비는 부담되는 수준의 평균 600만~700만원 정도였다.

하물며 온도를 3℃나 떨어 뜨렸음에도 불구, 경영비는 오히려 30% 가량 오를 것이란 생각에 올 농사는 도저히 계산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꽃 값을 살펴보자. 베고니아의 경우 지난해 1분 기준, 3천500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날 현재, 500원이 떨어진 3천원선에 머물고 있다. 시클라멘 또한 15cm 1분이 지난해 같으면 3천원에 거래됐으나 올초 시세는 2천~2천500원 수준이다. 떨어지는 꽃 값에 반해 난방비는 겁이 날 정도로 뛰어 오르는 역조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현상을 타개해 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고민고민 끝에 홍씨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초 저온성 화종 선택이다.

◇농원의 돋보인 경쟁력

하일꽃 농장은 지난해부터 ‘천양금’이란 초 저온성 분화를 시장에 출하하고 있다. 이 분화는 원래 토종이지만 일본에서 유명세를 탄 화종중 하나로 난방을 하지 않고도 꽃 피움이 가능한 초 저온성 품종이다. 겨울철이면 대개 온실마다 낮게는 17℃에서 20℃까지 온도를 유지해야만 제대로 된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삽목후 1년후 출하가 가능한 천양금은 5℃ 이하에서도 성장이 가능하다. 게다가 분당 판매가 또한 현재 800원으로 경쟁력이 괜찮은 편이다. 작년에는 1천200원까지 받았다. 또 오는 4~5월 가정의 달을 겨냥, 시장에 출하할 목적으로 이태리에서 들여온 초 저온성 카네이션을 다량 재배중에 있다. 기존 품종은 10~15℃ 정도를 유지해야 하지만 이 품종은 7~8℃에도 생육이 가능하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생산비를 줄여가는 것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천양금의 경우, 분당 500원까지만 받아도 괜찮다고 판단돼 앞으로 농원 주종으로 재배해 볼 생각”이라고 홍씨는 말한다.

농장의 기술력도 돋보인다. 우선, 지난 84년중 ‘보일러시스템’을 도입한 선도적 화훼농가로 손 꼽힌다. 당시 왕성한 소비시장에 편승해 발화, 즉 꽃 피우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바닥에 엑셀파이프를 설치한 후 실내 온도를 골고루 또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농가들은 연탄으로 온도를 유지하고 있을 때였다.

둘째는 ‘C형관 이용 심지재배법’ 개발이다.

양쪽 끝을 막은 C형관에 물을 채우고 그 위에 화분을 놓은 뒤 화분 아래쪽에 심지를 꽂아 뿌리가 필요한 만큼 물을 흡수케 하는 방법이다. 식물의 재배조건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다.

홍씨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최근에는 경기도농업기술원과 함께 산소공급라인(구멍)이 추가된 ‘기능성 화분’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화분 윗부분에 산소 공급라인을 만들어 줌으로써 산소 공급이 원활해져 작물 생육을 왕성하게 할 수 있었다.

“대개 화분을 물에 담가 놓을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물과 용토가 부패돼 뿌리가 상하기 마련으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이같은 화분을 고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기능성 화분은 조만간 특허 출원을 마친 뒤 경기도 시클라멘연구회원들에 보급, 생산성을 극대화 할 생각이다.

셋째는 ‘식물뿌리 난방기술’ 개발이다.

큰통의 연탄보일러를 통해 데워진 물이 식물재배 베드에 깔려진 8mm의 고무관을 통해 흐르게 함으로써 난방 효율을 극대화 하고 있다. 이경우 온실 전체 난방을 통해 소비되는 에너지를 차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뿌리의 적정 온도를 상시 유지해 재배조건을 최적화 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화려한 인생역전

화훼인으로의 홍완식씨가 걸어온 길은 한편의 드라마다.

논 밭 몇 마지기로 생계를 근근이 연명했던 그는 원래 화순 출신이다. 생활형편이 어려워 대학진학을 포기한 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이런 저런 고민 끝에 무작정 상경했다.

그때가 21살의 혈기 왕성한 때였다.

가까운 친척 도움으로 지금의 뚝섬에 있는 시계 공장에 취직, 한달 봉급 8천500원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하지만 식비로 고스란히 지출되는 비용만 해도 4천원 정도나 돼 월급쟁이로 안주할 수 만은 없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숙식을 해결하고도 손에 쥔 수익이 월급보다 많은 주변의 화훼 농가들을 만나게 되면서 인생역전이 시작된다.

1978년 하남에서 1만㎡ 규모로 농장을 처음 마련한 그는 서울 하일동까지 재배면적을 넓혀가면서 우여곡절 속에서도 일취월장해 갔다.

그러다 90년부터 이천과 인연을 맺으며 2000년 전후 수십억 가치의 넓은 면적의 유리온실을 확보하면서 지금은 이천, 나아가 경기도와 국내 화훼전문경영인으로 그 명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 그는 경기도 시클라멘 연구회 회장에다 또 화훼자조금 분과위원장으로 농장 일만큼이나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다. 특히 정회원이 스물다섯 농가로 구성된 시클라멘 연구회는 도내 품목별 연구단체중 왕성한 활동에다 탄탄한 동지애가 돋보여 항상 모범을 보이고 있다.

“항상 가족처럼 생각되는 시클라멘연구 회원들과 함께 더불어 잘 살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개발하는데 발품을 팔겠다”는 홍완식씨, 자신만만함과 왕성한 혈기가 이천은 물론 경기지역 농업발전에 초석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김동수기자 ds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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