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시대의 최대 가치는 건강이다. 건강을 위해 저마다 운동도 하고 갖가지 약을 먹곤한다. 몸에 좋다면 안먹는 게 없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다.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보다 못하다. 운동도 지나치면 되레 병을 유발한다. 약도 지나치면 부작용을 가져온다. 선약과 독약의 차이는 종잇장 차이다. 약효 부분엔 약이 되지만, 지나치면 다른 부분엔 독이 된다. 약이란 그 자체가 일종의 독인 것이다.
뭣이든 잘 먹는 것은 참 좋다. 홍명화 서울대 명예교수는 약학박사다. “건강은 약보다 식보가 으뜸이다”라고 한 것은 그 약학박사의 말이다. 일상의 밥상머리 음식물은 다 천연의 약재다.
인삼 녹용이 보약이라지만 인삼 녹용만 먹고는 못 산다. 인삼 녹용은 안먹어도 밥만 먹고는 산다. 그 좋다는 인삼 녹용도 밥, 즉 식보 다음인 것이다.
안먹는 게 없는 것은 좋지만 문제가 있다. 짠 음식은 ‘오장육부’에 두루 부담을 준다. 음식이 짠 것은 나트륨, 곧 소금의 과다 섭취다. 한국인은 짜게 먹는 게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1인 1일 나트륨 섭취량이 평균 5.28g이다. 소금 13.2g 분량으로 밥숟갈 가득히 고봉으로 담은 양이다.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의 결과가 이렇다.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소금 5g 분량을 3배 가까이나 먹는 것이 우리네 식성이다.
이러다 보니 ‘오장육부’가 만성적 과다 자극을 받아 가장 약한 곳부터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한다. 젊을 땐 큰 소리쳐도 나이들면 골병든 게 드러난다. 고혈압·심장병·중풍·간경화·위궤양·당뇨병 등은 성인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성인병 비율이 가장 높은 게 우리나라다. 짜게 먹기 때문이다.
가령 국이 좀 싱거우면 “중 마빡 씻은 물같다”며 맛없다고들 한다. 짠 자극성이 느낄 정도의 입맛이 돼야 비로소 맛이 있다고들 한다. 김 같은 것도 소금발라 구워 양념 간장을 찍어 먹는다. 짠 맛에 길들여져 웬만큼 짜서는 짠 줄을 또 모른다. 짠 맛에 찌든 혀가 퇴화되어 민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원래 짜게 먹은 것은 아니다. 조상들은 싱겁게 먹었다. 소금이 귀했기 때문이다. 소금이 일상에 널리 보급된 것은 천일염 제조 기술이 보편화 되는 것과 함께 신작로가 놔져 자동차 물류가 활발해지면서 시작됐다. 조상들 대엔 천일염 제조 기술이 낮아 생산이 극히 제한됐다. 거기에 간만의 차가 많은 서해 연안서만 생산이 가능해 남해, 동해지방은 소금을 만들지 못했다. 동해 연안 촌락에선 더러 집에서 쓸 소금을 바닷물을 불로 달구어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만들기도 했으나 미미했다. 이래서 소금이 무척 귀했다. 소금대신 향신료로 후춧가루가 있었으나 청나라를 통한 수입품이어서 왕실이나 사대부 집에서만 썼다.
‘소금’의 어원은 소에 싣고 다니는 금이라는 뜻이다. 무겁고 금처럼 귀한 소금을 서해 생산지에서 내륙 깊숙이 운송하는 덴 소 등짝에 바리로 싣는 게 최상의 운송 수단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도 소가 다닐 수 없는 산중 길은 장정이 소금을 등짐으로 지고 다녔다. 옛 설화 가운데 소금장수 이야기가 많은 것은 소금장수가 인기직업이었기 때문이다. 등짐 소금장수는 힘좋은 덩치만이 할 수 있었다. 귀한 소금을 파는 장사꾼이 힘깨나 쓰는 장정이었던 것은, 가는 곳마다 벽촌의 과부들과 얽히는 염문의 주인공이 되기 십상이었던 것이다.
소금이 흔해지면서 짜게 먹은 건 지지리 못살던 때 생긴 생활의 관습이다. 조선조 말에 그러했고, 일제시대가 그랬고, 6·25전쟁 때도 그러했다. 먹거리가 귀해 반찬을 무척이나 아껴 먹어야 했던 것이다. 고속성장에 힘입어 먹거리가 그리 귀하지 않은지가 오래되고, 특히 21세기에 든 지금도 음식을 짜게 먹는 것은 앞서 말한 미각의 둔감도 있지만, 사람들 성정이 스트레스 해소로 자극성을 좋아하게 된 탓이다. 세태가 툭 튀는 사물을 선호하게 된 현대인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음식도 툭 튀도록 짜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짠 것은 독이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성인병 방어는 싱겁게 먹는 식생활 변화가 시급하다. 이런 건 있다. 논산 제2훈련소서 여름철에 경험한 기억이다. 수통물도 떨어진 야외교장에서 점심은 으레 소금절인 부식이 나온 게 불만이었으나, 탈수증으로 일어나기 쉬운 일사병 방지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일상의 생활은 그게 아니다.
주부들이 달라져야 한다. 가족의 식단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주부들이 가족의 입맛을 싱겁게 먹도록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물론 일시엔 안되겠지만, 가족의 건강을 위한 부단한 식생활 변화의 노력이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식품학에선 ‘음식은 싱거워야 음식 특유의 제맛을 음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김은 맨김으로 먹어야 본래의 김맛을 안다는 것이다.
서울 강북성심병원 당뇨병전문센터는 소금 섭취량을 측정할 수 있는 염도계를 환자들에게 필수품화 한다. 당뇨병만이 아니다. 모든 성인병의 근본은 나트륨 과다 섭취에 기인한다.
우리네 먹거리에서 전래 발효식품인 김치며 된장 고추장을, 이도 짜지않게 먹는 것만으로도 몸에 필요한 소금 섭취량은 충분하다. 더이상 짜게 먹는 것은 자신의 건강을 해친다. 웰빙시대의 식보, 건강식은 싱겁게 먹는 것이 요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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