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뭔가?

경부대운하는 한반도의 재앙인가, 복덩인가 말하는 이마다 다르다. 4·9 총선 땐 이를 두고 말도 많더니 쑥 들어갔다. 정작은 이제부터다.

그런데 사실은 나도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알아보기 위해 말을 꺼낸다. 그런데 또 문제는 찬·반간에 말하는 이들의 입장에 따라 저마다 말이 달라 헷갈리는 점이다. 이명박(대통령)을 좋아하니까 대운하도 좋다 하기도 하고, 이명박 사람이니까 해야 한다며 우기고, 대운하 줄기에 살거나 땅이 있어 해야 한다는 사람 등 찬성도 가지가지다. 반대 또한 이명박이 미우니까 해선 안 된다거나, 환경운동가이다 보니 자연파괴를 들이대는가 하면, 지역감정으로 비아냥거리는 등 이 역시 여러가지다. 심지어는 전문가란 사람들도 서로 말이 다르다.

낙동강과 남한강을 잇는 것이 대운하다. ‘배가 산으로 간다’는 옛말이 있는데 대운하야 말로 배가 산으로 간다. 예를 들면 조령산 산등성이 속을 지나간다. 뚫어야 할 산중 수로터널이 경북 문경~충북 충주 사이의 조령산을 비롯해 8군데나 된다. 길이가 짧은 건 1㎞, 긴 것은 3㎞에 이른다. 도내의 경우, 팔당호 취수장이 문제다. 취수장 보호를 위해 팔당호 북쪽에 우회수로를 낼 요량이다. 이렇게 되면 남양주시 능내면 다산유적지 일대는 물에 갇혀 섬이 된다.

총공사비가 얼마 들진 아직 모른다. 100% 민자로 건설한다고 한다. 민자가 운하 운영권을 갖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토지 보상비는 정부 재정으로 지출된다. 예산을 1조6천억원으로 잡고 있다. 벌써부터 땅값이 들먹인다. 얼마가 더 들지 모른다.

대운하가 건설되는 주변은 생태계가 변하면서 새로운 경관이 조성된다. 물에 띄운 배에서 산야의 정취를 감상하는 낭만은 마치 한 폭의 그림같을 것이다. 관광자원은 될지 몰라도 물류관리, 즉 수송효과는 의문이다. 내륙의 운하수송은 교통수단이 발달되지 않았을 적에 성행했다.

경부대운하는 독일을 모델로 하고 있다. 라인강은 스위스~오스트리아~독일~네덜란드 등 서유럽을 관통한다. 운하에 의해 지중해·발트해·흑해와 통하는 대수로망을 형성한다. 특히 폭이 넓은 중류는 수운에 힘입어 루르공업지 등의 발달을 촉진시켰다. 그러나 이 역시 근래된 시설이 아니다. 육상교통이 미발달이던 때 발달된 수운시설이다. 미시시피강은 미대륙 중앙부를 관류한다. 브라질의 아마존강은 세계 최대의 수량이다. 이런데도 운하 건설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본다. 대운하는 획기적인 대공사다. 과거에도 그랬다. 1970년 7월 개통된 428㎞의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적에 반대가 무척이나 심했다. 당시 야당인 신민당은 만원짜리 돈다발을 서울~부산 구간에 깔아 내버리는 예산 낭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통팔달 고속도로망을 가져오게 된 원조가 경부고속도로다.

중학생 때 읽은 빅토르 유고의 소설 ‘레미제라블’ 가운데 장발장이 비정한 자베르 경감에게 쫓겨 하수구를 통해 몸을 감춘 대목이 있는 걸로 기억한다. 유고의 그 소설이 나온것은 1862년이다. 그 무렵에 사람이 다닐만한 하수구란 상상을 초월하지만 연유가 있다. 파리시가 1830년대 현 파리의 모태가 되는 도시계획을 단행할 당시 시민들은 ‘미쳤다’고 했다. 너비가 100m 가까이 되는 초대로, 사람이 걸어다닐만한 하수구 등은 시민들이 보기엔 정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후대에 유명한 개선문이 세워지고, 시가지에 12개 방사선도로가 뻗는 중심이된 에트왈 광장이 조성됐던 것이 ‘미쳤다’는 소릴 들었을 때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대운하다. 과연 이도 파리의 도시계획과 마찬가지로 곱게 미친 것인 지 어떤지 알 수가 없다. 혹시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처럼, 반대하고 그래서 그만 둔다면 이도 손실이다. 그러나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내년 4월 착공, 3년에 걸친 공사로 이 정권 임기안에 마칠 계획인 것 같다. 공기(工期)가 미덥지 않다. 대운하는 대역사(大役事)다. 이를 대통령 재임기간에 마칠 요량인 졸속은 부실공사를 가져오기 십상이다. 올 중반쯤에 대운하 관련 특별법을 제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이 알아듣도록 먼저 설명해 보여야 한다. 내 소견으로는 남한강이나 낙동강은 라인강과 다르다. 홍수와 건천(乾川)의 변화가 심하다. 특히 낙동강은 더 한다. 청계천처럼 한강에서 끌어다 댈 물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이의 댐 조절이 과연 가능한지, 하면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아직 듣지 못했다. 또 있다. 일정 수심을 유지하려면 물의 유량을 가둬야 한다. 갇힌 물은 썩기 마련이다.

걱정은 이만이 아니다. 운하 수송의 경제성이다. 배가 산으로 가는 수로터널은 도크같은 뱃길이다. 이런 도크뱃길은 수로터널 말고도 많다. 그 많은 도크에 물을 채워가며 가려면 시일이 얼마나 걸릴 것인지 궁금하다. 게다가 육상에서 출발하는 운하 터미널까지 하물을 가져가고, 또 도착하는 운하 터미널에 가서 가져오고 하는 부대 소요 시간과 경비가 만만찮다. 육상물동은 차가 아무리 막혀도 밤을 낮삼아 달리면 1일 교류권이다.

지금은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의 민도가 아니다. 가령 21세기형 신도시계획을 단행한다 해도,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은 말이 있을지라도 객관적 지지를 얻는다. 대운하를 할려면 알아듣게 이해시켜야하는 이유가 이에 있다.

다시 한 번 잘 검토해서 문제가 있으면 철회하는 것도 영단이다. 대운하를 건설할 민자로 고속도로 건설을 더 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측 설명을 기다린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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