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필가루 교실은 잊어주세요”

서이석 ㈜에코로직 대표

“기업의 목적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운영을 그만둘 생각이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기존 칠판 대신 사용하는 친환경 그린보드와 물펜을 생산하는 ㈜에코로직 서이석대표(64)는 기업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존속시키는 것으로, 기업을 끝까지 지켜나가다 보면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친환경 전문기업

지난 1999년 설립한 에코로직은 친환경 칠판인 에코그린보드와 물펜을 생산하는 친환경 전문기업이다.

그린보드는 분필이나 보드마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나 오염 원인을 완전히 제거한 제품으로 기존 칠판처럼 오래쓰면 검게 변해 인체에 유해한 미세물질이 발생하는 것을 완전히 차단했다.

서 대표는 “밀폐된 공간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경우 지금까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환경오염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며 “분필가루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간혹 보드마카 등으로 분필가루를 줄이려는 학교나 학원이 있지만 이것 역시 심각한 오염을 일으킨다는 것을 일반인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스크린 대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는 장점도 있다.

또 그린보드에는 물로 쉽게 지울 수 있는 ‘물펜’을 사용하기 때문에 분필가루 등이 미세먼지가 발생하지 않고, 보드마카처럼 잔상이 남지도 않는다.

모든 제품이 친환경적인 것은 학생들을 생각하는 서 대표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환경에 관심을 갖다

유명 대기업에서 계열사의 대표이사까지 맡았던 서 대표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뭔가를 구상하다가 학교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에 집중한 결과 결국 분필을 없애는 대체품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주의에서는 전혀 다른 업종으로 전환이라며 많은 걱정을 하기도 했다.

서 대표는 “예전 학교에는 분필가루 터는 기계가 있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친환경적인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10명 정도로 시작했다. 너무나 새로운 제품이다 보니까 주위에서도 인정을 안해 줬다. 수십년간 이어온 기존 칠판에 대한 인식 또한 바꾸기 힘들었다.

그렇게 10년을 고전을 해 오면서 언젠가 전국의 학교가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고, 정부 정책도 바뀔 것이라고 믿었다.

▲근본부터 해결하자

지난 10년간 견본까지 포함하면 500여개 에코그린 칠판을 각 학교에 지급했다. 순전히 투자에만 집중한 것이다.

견본까지 제공하면서 투자를 우선적으로 한 것은 기존 학교들의 틀에 박힌 생각이 좀처럼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고, 친환경적인 제품도 새롭다는 점때문에 변화하지 않으려는 것이 학교 관계자들의 생각이었다.

“어떤 학교는 교실에 진공청소기를 갖다 놓고 떨어진 분필 가루를 청소하기도 한다”며 “청소기를 구입하는 비용보다 친환경 칠판을 사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인데도 인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서 대표는 말했다.

또 에어컨 설치된 학교는 분필 가루로 인해 필터가 막히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런걸 보면서 서 대표는 “이 사업이 잘되고 못되고를 떠나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며 “아이들이 안전하게 숨쉬는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 정말 보람된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분필가루 하나 때문에 미세먼지를 해결하지 못해 진공청소기나 지우개털이 등 이중적인 낭비가 이뤄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근본적인 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똑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고, 근본적인 것을 해결하지 않다보니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그것은 발생하는 문제에만 관심을 갖고, 원인을 해결하지 않기 때문이다. 에코로직은 바로 그런 부분에서 근본을 생각하는 기업이다.

▲좋은 상품, 좋은 환경

상품이 좋고, 생각이 좋아도 돈이 없으면 어렵기 마련이다. 10년간 집까지 줄여가며 투자했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

그러던 중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 운영하는 소상공인 지원제도를 찾아갔다. 당시 관계자는 아이템이 좋은데 어렵게 가고 있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현재는 안산시를 중심으로 좋은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벌써 올해만 20여개 학교가 에코로직의 에코그린칠판과 물펜을 사용하고 있다. 이제는 전국에서 구입문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조금씩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서 대표는 물건을 구입한다는 생각보다는 아이들을 위해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도 직접 영업에 나서며 주말과 휴일에는 어김없이 에코로직의 제품을 사용하는 학교에 찾아간다. 간혹 ‘잘보이기 위해서’라는 오해도 받지만 그보다는 서 대표 자신이 만들고 싶어하는 환경이 잘 만들어지고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서 대표는 기업인은 “의식을 갖고 살아야 내가 살아있는 존재가치를 느끼고 남보다 앞서가고 있는 생각이 든다”며 “수익을 많이 내려는 기업인 아닌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기업인이고 싶다” 말했다.

/장충식기자 jcs@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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