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판결의 ‘허상’ - 4·8교육감 선거에 즈음해

4·8 경기도 교육감 선거의 특성은 도민 직선이다. 다른 시·도에선 이미 실시된 바가 있지만, 경기도는 교육감직의 도민 직선은 처음이다.

아울러 또 하나의 특성이 있다.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졌으면서 해외 영주권을 가진 재외국민도 투표가 가능하다. 이들은 호적은 국내에 있지만, 살지 않아 주민등록부가 없다. 그렇다고 주민등록을 굳이 만들 이유도 없다. 예컨대 영주권을 가진 이가 해외 지역으로 또 나가는 일시 귀국의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도내에 거주신고를 한 재외국민은 이번 교육감 선거에 투표권을 갖는다. 재외국민 유권자가 얼마나 되는진 아직 선거인명부 작성이 덜 돼 확인이 안 된다. 교육감 선거에서와 같은 재외국민의 거주신고에 의한 투표권 행사는 내년에 있을 6·2 지방4대 선거에서도 갖는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해외 영주권을 가진 대한민국 국적의 재외국민은 역시 투표권이 있다. 대선과 총선은 지방선거처럼 국내 거주신고자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유권자가 해외 영주지역에서 직접 투표에 참여한다. 선거인명부 작성 등 선거사무관리를 해외 영사관에서 대행한다. 다만 국회의원 선거도 총선이 아닌 재·보선은 재외국민의 투표가 예외로 배제된다.

재외국민이 각급 선거 참여를 갖지 못한것은 국민의 참정권 제한이라고 본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에 의한 것이다. 헌재 판결은 지난 2007년 6월28일에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판결이 과연 타당한가는 심히 의문이다.

“국민 대접을 해 준 것은 고맙지만 좀 그렇다…”는 것은 헌재 판결 이후에 보인 재외국민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헌법재판소는 재외국민들이 반갑게 여길 것으로 보고 그런 판결을 내렸는 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재외국민들은 달갑지 않게 여긴다. 들리는 말마다 시큰둥하다.

해외 수만리 타국 땅에서 사는 재외국민들이다. 한국인끼리 뭉쳐야 산다. 뭣보다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재외국민의 정치적 분열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 같은 건 더 걱정된다는 것이다. 대선 때마다 모국에서 부리는 온갖 추태로도 모자라, 지구촌 곳곳에 있는 재외국민 영주지역까지 찾아가 필연코 드러낼 망신이 현지인들에게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로 인해 우려되는 교포사회의 분열이 두렵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사실상 무익하다. 아니, 무익한 정도가 아니라 유해하다. 각급 투표는 본질적으로 이해 관계 당사자들의 의견 표출이다. 이의 이해관계는 크겐 국가 안보를 비롯해서 작게는 골목길 포장 등에 이르기까지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다양하다. 재외국민이 이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에서 권리는 의무를 수반한다. 해외 영주권을 지닌 재외국민들이 대한민국에 세금을 내는 것도 아니다. 국방의 의무를 지는 것도 아니다. 의무를 안 지는게 잘못인 것도 아니다. 해외 영주권자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투표권이 없는 것 역시 당연하다.

재외국민의 무투표권은 참정권의 제한으로 보기보단 참정권의 포기로 보아야 한다. 헌재의 의제적 판결 논리는 실상이 아닌 허상의 법리 해석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헌법기관이다. 잘못된 판결도 기속력을 갖는다.

하지만 불만을 없앨 수는 없다. 미국 교포사회에선 지금도 헌재 판결이 입에 오르내리는 것 같다. “X판 정치싸움은 나라 안에서나 하지, 무슨 투표를 여기서까지 하라고?” 어느 한인회 회장 말이라면서, 근래 미국 다녀온 사람이 들려준 전언이다. 국회 의사당을 해머로 때려 부수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나온 얘기라는 것이다.

4·8 교육감 선거에서 초미의 관심은 투표율이다. 교육감 선거가 도지사 선거보다 못한 이유는 하나도 없다. 투표는 해야 된다. 재외국민 거주신고를 한 유권자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더욱 궁금한 것은 그 분들이 투표를 하면 뭘 보고 후보자를 선택할 것이냐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