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이 온통 문화재청 성토장이 됐다. 본회의장이 아니다. 국회의원회관 1층 대회의실에서 그랬다. ‘정조대왕 효행지 융·건릉의 보존 활용방안’ 포럼을 가진 자리다.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의 바람직한 보존방안’의 일환으로 열렸다. 지난달 28일 오후 1시30분에 시작해 오후 5시에 마칠 예정이던 포럼은 예정시간을 1시간 남짓 넘길만큼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강성찬 국회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는 ‘정조효문화보존국민연합’이 주최했다. 박천복 경기도의원도 공동대표다. 공동대표의 인사말과 김형오 국회의장의 환영사에 이어 고흥길 국회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최성규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총장, 정호 용주사 주지 스님 등이 격려사를 했다. 현장의 영상물 상영도 있었다. 이같은 1부 행사는 정미경 국회의원이 사회를 맡았다.
포럼의 하이라이트인 2부 행사의 주제발표 사회는 박천우 장안대 교수가 봤다. 발표는 ①유봉학 한신대 교수의 ‘조선왕릉의 역사문화적 가치’ ②최병선 문화재청 궁릉관리과장의 ‘조선왕릉 보존계획’ ③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의 ‘조선왕릉보존의 현실’ ④민학기 변호사의 ‘문화재보호법의 문제점과 융·건릉 능역의 실태’ ⑤정해득 한국문화유산연구원 연구실장의 ‘융·건릉의 현안 문제와 보존방안’ ⑥이달순 전 수원대 총장의 ‘융·건릉의 세계화 및 문화관광의 경제적 효과’ 등으로 이어졌다.
3부는 종합토론이다. 이남규 서울경기고고학회 회장 사회로 황성태 경기도문화관광국 국장 등이 참여했다.
포럼 장소인 의원회관 1층 대회의실은 1천300여명의 방청객으로 꽉 찼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큰스님도 보였다. 미처 자리를 갖지못한 방청객은 서서 방청했다.
포럼은 주택공사가 진행하는 ‘화성 태안3지구 택지개발사업’의 부당성에 초점이 모아졌다. 이는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된 바가 있다. 택지에서 발굴된 정조대왕 초장 왕릉 터의 사적 지정 권고를 문화재청이 취소하는 과정에 개입된 중대한 흠결이 적발됐다. 문화재청은 주공측의 이의 처리에 정상적 절차를 무시했을 뿐만이 아니라, 현지조사위원 6명 중 2명이 주공이 시행하는 용역관련의 자문위원인 것으로 드러나 백지화의 가능성이 없지않게 됐다. 초장 왕릉터의 사적 지정은 택지개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현행 법상 사적지가 되면 반경 500m 안의 개발행위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유봉학 한신대 교수는 “조선왕릉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 되어 그 보존보호에 더욱 정성을 기울여야 할 시점에서, 그것도 책임관청인 문화재청의 결정에 의해 정조 효심의 상징인 유서깊은 왕릉터와 능역에 고층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허가됐다는 사실이 놀랍고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아울러 “융·건릉은 전체의 보존 상태가 가장 양호하며, 가장 많은 문화콘텐츠를 갖고있어 장차 무한한 활용 가능성이 있는 능역”이라면서 “이를 무참히 파괴한다면 역사의 죄인이 되는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호 용주사 주지 스님은 “일본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빼앗아간 문화재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자랑하는데, 우리나라는 어쩌다가 정조같은 성군의 얼이 서린 능역 주변에 15층 아파트를 못지어 안달인 못난 나라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크게 개탄했다. 이 말을 하면서 한동안은 끝내 목이 메어 울먹이기도한 토로에 우레 같은 방청객들의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달순 전 수원대 총장은 “이미 보상비와 기반공사로 2천200억원을 들인 주공이 그냥 공사를 중단하기 어려우면 한옥마을 조성으로 사업변경을 하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주공측은 지금 개발을 중단하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의 결정이 나면 그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태안3지구택지개발사업’의 개발 백지화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약속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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