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막후의 정체?

“이명박 독재!” 무슨 말끝에 초등학생 입에서 나온 소리다. 깜짝놀란 아버지는 아들이 학교 선생님에게 의식화된 사실을 비로소 알았다며, 씁쓰레하는 입맛을 다셨다. 독재 같지 않은 일을 두고, 독재다 아니다 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런건 어른들 문제다. 아이 입에서 아이 같지 않은 소리가 나왔다는 자체가 충격이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루소(1712~1778)가 1762년에 쓴 ‘에밀’은 페스탈로치를 비롯해 후세 교육에 큰 영향을 준 교육소설이다. 고아인 ‘에밀’의 출생에서 청년기에 이른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인위적 교육을 배격, 인간 본성의 존중을 강조했다. 아동의 천성을 자연 그대로 발달시켜야 한다고 본 그의 교육사상은 동양의 고전으로 비유하면 성선설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러나 여기서 교육의 바탕이 성선설이냐, 성악설이냐는 것을 말하자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참교육을 내세우는 일부의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의식화하는 행위는 교육이 성선설, 성악설 어느것에서 출발하든 간에 결코 합당치 않다는 사실이다.

 

경기도 교육청이 경기도 교육국 신설에 반대하면서 이른바 ‘교육자치수호대책회의’ 등을 통해 초등학생에게까지 집단 서명을 받은 사실은 알았지만 조직적이었던 것은 몰랐다. 그런데 군포 K중학교는 134명, 연천 C중학교는 1학년생을 포함한 77명의 학생들에게 서명을 받고 여주 A중학교는 학부모 학생 50명, 김포 P중학교는 과제물 삼아 학부모 등에게 서명을 받은 경위가 경기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밝혀졌지만, 어찌 이만이겠는가 더 있을 것이다.

 

도교육청 일부의 사람들이야 그런다고 해도, 도대체 학생들이 뭘 안다고 ‘교육자치’란 말을 이해도 하지못할 초등학교 1학년생까지 동원해 서명을 받아 낸 것인지, 하는 짓이 정말 무섭다. 이런 것이 참교육일 것 같으면 루소가 통탄해 기절할 일이다.

 

참교육주의자들이 언필칭 문제삼는 사교육 문제 또한 궁극적 책임은 참교육을 말하는 선생님들 자신에게 돌아간다. 공교육의 질이 사교육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사교육이 설친다. 원인은 사교육 강사진은 유리밥통의 경쟁사회인데 비해 공교육 선생님들은 무경쟁 사회의 철밥통이기 때문이다. 특히 참교육주의자들은 교원 평가도 거부하고 학생들의 학업성적 평가도 거부한다.

 

그렇다고 공교육이 사교육과 본질적으로 다른 전인교육, 즉 인성교육에 힘쓰는 것도 아니다. 학생들의 의식화를 주입시키고, 학생들에게 집단서명을 받아내는 것 등이 전인교육은 아니다. 반인성교육이다.

모든 평가를 거부하는 이들은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나 못 하는 학생이나 똑같아야 하는 것이 참교육이라지만 아니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에게  신경을 써 잘하게 하도록 하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의 수월성을 부정하는 하향평준화 획책이 참교육의 실체다.

 

수월성, 즉 개인차의 부정은 역차별의 인권유린이다. 나라의 미래 경쟁력을 위태롭게 한다.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참교육? 그것 놀고 먹자주의 아닙니까?!”라고 했다.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모르겠다.

설치류인 쥐가 생긴 것은 무려 3천600만년 전이다. 100만년도 안 되는 인류의 기원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오래됐다. 전염병을 퍼뜨리기도 하지만, 전기코드를 갉아 누전으로 화재발생의 원인이 되고, 가스관을 갉아 가스중독을 일으키기도 한다.

 

끌 모양의 날카로운 쥐 앞니는 한 쌍으로 바깥쪽만 사기질로 싸였는데 치근이 없으므로 끊임없이 자라는 것이 특성이다. 쥐가 전기코드나 가스관이며 나무 등을 갉아대는 것은 웃자라는 앞니를 닳도록 하기 위해 단단한 것을 쏠아 대는 것을 일삼는다. 쏠아대는 것을 게을리 하다가는 뭘 먹지못할 정도로 앞니가 웃자라 낭패를 보는 것이다.

 

끊임 없이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의 불란은 모종의 조직에 대해 웃자라는 이를 닳아 보이는 충성의 다짐일지 모르겠으나, 초등학생에게까지 집단서명을 받고도, 수치를 모르는 막후의 정체가 궁금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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