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천성 장애인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신체 장애는 남의 일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이에 대한 사회적 소임은 동정이 아니다. 더불어 사는 관심이다. 관심의 초점은 자활이다. 즉 일자리다.
장애인을 고용하면 장애 조건에 따른 시설자금과 고용장려금 등을 지원하는 기관이 있다. 노동부 산하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다. 현재 국내 장애인 고용의무비율은 법정 비율 2%에서 0.25%가 못미치는 1.75%다.
아직도 장애인을 고용하기보단 고용부담금으로 떼우는 기피업체가 없지 않다. 그러나 전망은 밝다. 예를 들어 10년전의 장애인 고용의무비율 이행이 0.45%이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의 차이다. 2010년 새해 의무비율은 2.3%로 상향됐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경기지사가 올해 취업을 알선한 수는 1천98명의 목표 인원을 초과한 1천100명에 이른다. 중증장애인, 여성장애인 등도 이에 포함된다. 취업만이 아니다. 자영업 창업자금 등 13억3천560만원을 지원해 자립을 도왔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은 고용의무사업주(모회사)가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일정 요건을 갖춘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으로, 집단 고용 의지의 적극적 구현이다. 포스코·코오롱·오뚜기·현주건설·하이닉스 반도체·용인정신병원의료재단·샘안양병원 등 전략적 기업 대상으로 한 제안서 제출 및 업무 협의가 진행 중이며, 일부는 이미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샘안양병원의 경우, 의료세탁 및 병원 관리를 위한 직종을 개발하여 자회사를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미 운영중인 표준사업장엔 제조 판매업체가 있다. 이의 생산품 판로를 개척하는 것도 장애인 고용안정과 연계된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경기지사는 공단 내부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이의 판로 개척에도 힘썼다. 예컨대 ㈜씨피엘(일회용주사기), ㈜아이피에스이미지(재생토너), ㈜쏘렌드코리아(홍보판촉물), 팜파스(휴지), 박사금형(자동차부품) 등이다.
한편 경기도의 장애인 고용에 대한 관심과 참여 확대는 특히 괄목할만 하다. 도청 게시판에 중증장애인 특별채용시험공고가 붙은 것은 지난 8월이다. 이엔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경기지사 측의 끈질긴 노력 이 있는 가운데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다. 도 실무진들의 충분한 이해가 있었으나 티오(TO)가 문제였다. 고심 끝에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결단에 의한 티오 조정으로 마침내 이례적인 중증장애인 공무원 특채 시험이 있게 됐다.
최종합격자는 2명이다. 뇌병변 2급인 이는 인사행정과에서 전산직으로, 지체 1급인 또 한 이는 장애인복지과에서 행정직으로 근무한다. 아직은 수습과정이지만 열의가 대단하다. 희망찬 의욕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중증장애인의 공무원 특채는 시사하는 의미와 상징성이 크다.
장애인고용확대는 경기도 산하 11개 공공기관에까지 확대됐다. 지난 9월1일 김문수 도지사와 11개 공공기관장이 한 자리에서 전국 최초의 ‘장애인고용촉진협약식’을 체결했다. 지금 공공기관별 채용계획 등 협의가 구체적으로 진행중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상당수의 장애인들이 도 산하 기관에 채용될 것이다.
장애인의 반대는 정상인이고, 정상인의 반대가 장애인이다. 그러나 이는 상대적 개념이다. 유의해야 할 건, 장애인이라고 해서 결코 정상적 사람의 인격체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장애인이란 편의적 용어일 뿐이며, 장애인은 신체의 자유를 잃어 불편할 뿐 정상인과 다름이 없다. 다만 장애조건에 따라 불편하고 불가능한 것은, 정상인도 개별 조건에 따라 불편하고 불가능한 게 있는 것과 같다.
이 칼럼을 쓰는 사람도 청각장애 3급의 장애인이다. 나의 체험에 비춰 상대의 말을 얼른 알아듣지 못할 경우, 날 바보인 것 처럼 쳐다볼 때면 이질감을 느낀다. 하지만 난 청각이 불편할 뿐 바보는 아니다.
야만사회일수록 장애인을 차등시하고, 문명사회일수록 장애인을 동등시한다. 장애인에 대한 정책차원의 갖가지 시책은 물론 중요하다. 현대사회의 장애가 다양화하고 중증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더욱 필요한 것은 편견없는 사회 분위기 조성의 진정성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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