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평양정권과 그 피지배층은 뭣인가, 한마디로 동포다. 말도 같고 글자도 같고 풍속도 같다. 핏줄 또한 엉켰다. 1945년 8월15일 광복과 함께 38선이 생긴 1차 분단 이후, 1953년 7월29일 6·25 정전협정에 의해 휴전선을 가운데 둔 2차 분단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잘 살길 바란다. 공산주의를 하든 우리식 사회주의로 혈통 승계의 수정주의를 하든 상관없다. 그런데 잘 못 산다. 인민이 먹고 살게 하는 것은 체제가 어떻든 정권의 소임이다. 그런데 잘 살기는커녕 굶어죽는 사람이 있는 게 저들 세상이다. 중국 시베리아 태국 등 동남아를 유랑하는 탈북주민이 수만 명이다.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북녘이 잘 살길 바라는 덴 이유가 있다. 언젠가 통일이 되어도 남북이 서로 부담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상호간에 균형 있는 발전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통일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당장 통일이 된다 해도 북녘 인민을 먹여살려야 할 걱정이 앞선다. 이만이 아니다. 사회간접자본 확충 등 갖가지로 소요되는 통일 비용이 지금의 국가 예산으로는 감당이 벅찬 천문학적 수치에 이른다.
항상 하는 얘기지만 중국처럼 개혁 개방을 하면, 잘 살 것을 몰라서 안 하는 평양정권이 아니다. 안 하는 게 아니고 못하는 것이 저들 입장이다. 개혁 개방을 하면 우리식 사회주의 붕괴가 필연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래서 대외적으로 내놓을 건 없고 대내적으로는 인민 통제를 위한 긴장수단으로 사활을 걸고 고집하는 것이 핵무기다. 평양정권에 대한 한반도 비핵화 의지 촉구는 저들로선 잠꼬대 같은 소리다. 6자 회담은 동상이몽의 장식품이다. 흥정을 노려 부수입을 챙기면서도, 끝내 가서는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것이 저네들 기본 전략이다. 지금 평양정권은 6자 회담에 배를 튕기고 나오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나온다 해도 별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달러가 급하다. 금강산 관광 등을 당장 재개하지 않으면 북에 있는 관광 관련의 남조선 재산을 몰수하겠다는 으름장이 나온 배경이 이에 있다. 얼마 전에 우리 쪽의 비무장지대(DMZ) 취재 및 생태관광자원화를 생트집 잡았다. DMZ의 평화적 활성화를 북남 대결의 모략 선전장이라고 우긴다. 금강산 관광객을 총 쏴 죽인 저네들은,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는 돌발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또 인명 살상을 경고하고 나섰다.
평양정권은 초조하다. 식량 및 외화 빈곤 등 가난이 찌든 데다 화폐개혁 실패가 겹쳤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또한 썩 좋지 않은 가운데 3대 혈통 승계 기반 구축이 시급하다. 간헐적으로 거론되는 북의 급변사태설은 중국 정부에서도 논의됐을 정도다. 북의 중앙방송은 “무슨 급변사태를 들먹이며 공화국 방해 책동을 일삼고 있다”고 미국 등을 비난했지만, 이를 우려하기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우리식 사회주의가 막다른 길목에 부딪힌 평양정권은 신경질만 늘어 인명살상 위협을 노골적으로 해댄 것이 DMZ 경고다.
천안함의 원인 모를 폭발 침몰이 북의 소행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 하지만 경험상 의심의 정황은 간다. 외신이 주요 기사로 다룬 이유가 단순 사고가 아닌 것으로 보는 정황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제 금값 폭등 또한 마찬가지다. 이상한 것은 평양정권의 침묵이다. 온갖 협박을 일삼는 저들이 북의 관련 의혹 제기에도 찍소리 한마디 없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전 같으면 ‘남조선 당국의 잘못으로 사고를 내놓고, 터무니 없이 공화국에 책임을 떠넘긴다’며 욕설을 해댔을 것이다.
어느 친지가 필리핀에 있는 교포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며 이런 얘길 했다. “한국에 곧 전쟁이 날 것 같으냐?”고 뜬금없는 말을 해서 “무슨 소리냐?” 했더니 “배가 뒤집혔다면서?”하고 묻더라는 것이다. “그렇긴 해도 전쟁은 당치 않다”고 했으나, 그곳 교포사회선 교회에서 전쟁이 나지 말라는 특별예배를 가졌다는 것이다.
국내에 있는 내국인의 안보 감각이 무딘 것인지, 그 해외 교포들이 신경과민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전쟁은 갑자기 도발되지만, 나중에 생각하면 도발 전에 어떤 징후가 있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평양정권이 도발을 일으킨다면 막판 상황에서 선택하는 도박이다. 물론 전쟁은 막아야 한다. 천안함 실종자 구조작업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를 지켜보면서 북녘을 향한 상념이 왠지 착잡하다.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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