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총리와 장관 지명자가 청문회로 낙마하더니만 외교부와 일부 지자체의 특채 비리가 이어지고, 모 국회의원은 성희롱 발언으로 결국 제명을 당합니다. 모 학교에서는 성적을 조작하고, 케이블방송의 명품 4억녀 진실공방이 한창이고, 한 전과자는 단지 나보다 행복해 보인다는 이유로 살인행각을 벌이는 참으로 기가 막힌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모두가 다 상식과 원칙을 무시한 채 그릇된 법이나 권력을 등에 업고 벌어진 일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는 최근 ‘공정한 사회’를 국정 기조로 삼아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공명정대한 가치의 발견과 실천을 전 국민에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가치가 탄생할 때마다 나오는 반작용을 의식한 듯 공직사회 사정 차원이나 대기업 길들이기 등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바닥을 치고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피부에 와 닿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고 이럴 때일수록 국민은 목이 마르기 마련입니다. 최선책이든 차선책이든 가슴속 잔잔한 공감으로 갈증이 해소되길 바랍니다. 이참에 공정사회는 작금(昨今)의 가치이자 현실의 의제로 적합하다 생각됩니다.
어쩌다 사회가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져만 가는지, 새삼 노자의 비리법권천(非理法權天)사상이 절실해집니다. 비리(非理)는 도리(道理)를 이기지 못하고 도리는 법리(法理)에 구속받고 또 법리는 권력(權力) 앞에 무릎을 꿇을 수 있지만 이 모든 것은 하늘의 이치인 천심(天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님을 뜻하는 말입니다.
좀 더 풀어보면, 비(非)는 세상 이치에 맞지 않거나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는 것으로, 사리에 맞고 원칙과 정도를 걷는 리(理)와는 정반대의 뜻을 지닙니다. 제아무리 비(非)가 난무하고 호기를 부려도 사리에 합당한 이치를 이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아무리 정당한 이치도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규칙이나 규정 같은 법(法)의 제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악법도 지켜야 하는 법이라는 것이 그 예라 하겠습니다. 나아가 지엄한 권위의 법 또한 권력으로 대표되는 권(權)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할 수 있습니다. 힘 있는 자들에게 법은 있으나 마나한 것입니다. 과거나 현재나 할 것 없이 법을 우습게 아는 권력가나 그 실체들을 잘 알고들 계시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이 모두를 일거에 제압하는 천(天)이 있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천은 하늘의 뜻이고 사람의 뜻입니다. 즉, 천심이 민심입니다. 제 아무리 강한 논리와 권위와 권세도 민심을 이길 수 없습니다. 지난 6·2지방자치선거에서 보여준 민심을 우리 모두 똑똑히 확인하지 않았는가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선거 후 불과 석달여가 여삼추(如三秋)입니다. 시장 취임과 더불어 새롭게 시정을 파악하고 시민을 만나고 현장을 누비느라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몸이 부칠 때도 있지만 마음만은 편안합니다. 공직에 뜻을 둔 이래 ‘비리법권천’의 교훈을 몸소 깨닫고 또 실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힘도 천심을, 62만 민심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고귀한 안양민심이 저를 택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민심을 받들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이 어찌 기쁘고 고마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오늘 저의 존재 이유는 민심에 있습니다. 시 구석구석 더 많이 누비겠습니다. 시민 한 분 한 분 더 자주 만나겠습니다. 시책 하나하나 더 꼼꼼히 살피겠습니다. 저를 포함한 시의 모든 역량과 방향을 민심에 두겠습니다. 그 어떤 질시, 비판, 왜곡, 압력 등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시민 중심의 시정을 펼치는 것이 최고의 가치와 덕목이라 굳게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제자리를 찾길 바라며 누구나 화합하고 골고루 잘사는 ‘건강한 시민 따뜻한 안양’을 새겨봅니다. 최대호 안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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