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 운동부 해체 도미노와 道의 방관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경기도 엘리트 체육이 10월 성남시의 12개 직장운동부 퇴출 발표에 이어 지난 9일 용인시도 21개 종목 중 11개 종목에 대한 구조조정 발표로 휘청거리고 있다.

 

도내 시·군 가운데 가장 많은 23개 직장운동부를 운영 중인 수원시와 더불어 소위 ‘빅3’로 불리던 이들 두 지자체의 직장운동부 연쇄 퇴출은 동·하계 전국체육대회에서 동반 9연패를 달성한 경기도 체육계에 ‘메가톤급’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도내 체육계에서는 성남시와 용인시의 직장운동부 대규모 구조조정이 다른 시·군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 하고 있다.

 

시·군 직장운동부는 경기도가 1981년 인천광역시와 분리된 뒤 수원시, 안양시, 성남시, 평택시, 부천시 등 대도시들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연쇄 창단하면서 경기도가 전국체육대회에서 1986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올해 경상남도 대회까지 통산 19차례이자 9연속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로 인해 경기도는 대한민국 체육을 이끌어가는 핵심으로 부상했을 뿐 아니라 다른 시·도에도 영향을 끼쳐 전국적으로 직장운동부 활성에 기여했고, 그동안 취업 문이 좁았던 운동선수들에게 기회가 확대돼 한국체육이 ‘세계 톱10’으로 올라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잇따른 시·군 지자체들의 직장운동부 구조조정으로 인해 경기도의 전력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짐은 물론, 많은 우수선수와 지도자들이 대량 실직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들 지자체들의 구조조정 이유에 명분은 충분히 있다. 그동안 도내 상당수 지자체들은 도민체전의 과열경쟁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무분별한 팀 창단을 해왔고, 이에 따른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구조조정에 들어간 지자체들이 재정악화와 생활체육과의 형평성 문제, 방만한 운영을 해온 직장운동부를 수술대에 올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국가나 자체단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최고의 홍보수단으로서 스포츠를 간과하고 있는 점과 그동안 시·군의 투자 덕에 ‘체육웅도’라는 명성을 들으며 영화를 누렸던 경기도와 도체육회가 사전 대응치 못하고 뒤늦게 여론에 밀려 수습에 나선 것에 일선 체육인들은 서운함을 넘어 분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성남시와 용인시의 퇴출 대상에 들어 있는 종목 가운데 성남시의 경우 여자 레슬링, 용인시는 여자 핸드볼과 여자 체조팀이 도내 유일의 팀이고, 성남시 궁도(성남), 보디빌딩(용인) 등은 전국체전에서 경기도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팀들이다.

 

또한 경기도가 전국동계체전에서 지난 2002년부터 서울시의 독주를 저지하고 올해까지 9년 연속 정상에 오르며,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둔 것 역시 시·군들의 팀 육성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군들은 원칙없는 구조조정으로 경기체육의 근간을 흔들리게 하고 있고, 이에 도와 도체육회는 ‘시·군 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이라며 방관자적인 입장 만 견지하고 있다. 경기도가 동·하계 전국체전에서 동반 9연패를 이루고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때마다 자신들이 이뤄낸 치적으로 과시만 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딴판의 모습이다.

 

이제라도 경기도가 진정으로 ‘체육웅도’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도와 도체육회가 나서서 시·군의 직장운동부 운영에 따른 문제점 및 어려움을 직시하고, 문제 해결과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올바른 자세이다. 김연아, 박찬호, 신지애 등 수 많은 스타들이 국외에서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처럼 스포츠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의 한 분야라는 것을 지방자치 행정에 반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 선 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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