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추억

김 학 규 용인시장 webmaster@ekgib.com
기자페이지
김 학 규 용인시장

나는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한다. 자전거 타기는 가장 자유로운 운동이며 사색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인 운동이기도 하다. 자전거가 이제 승용차 대체 수단으로 각광받기까지 하니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과 기능이 부활한 대표적 사례인 셈이다.

 

내가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다. 자전거에 얽힌 추억 때문이다. 나는 초등5학년 쯤 친구에게 자전거를 배웠다. 당시는 50년대 후반 국민소득 60불 시대로 마을에 자전거 있는 집은 한두 집이 고작이었다.

 

어느 날 친구는 의원의 원장이신 부친께서 왕진 다니실 때 타는 자전거를 학교 운동장으로 몰래 끌고 나왔다. 자전거에 올라타 친구가 뒤에서 잡아주고 나는 페달을 밟는데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엉뚱한 방향으로 가기 일쑤였다. 아니나 다를까 운동장 가장자리 대추나무를 쾅! 들이받고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자전거 핸들은 확! 휘어버렸다. 친구가 어머니로부터 매 맞고 호된 꾸중을 들은 것은 물론이다. 내게 자전거를 가르쳐주느라 곤욕을 치른 그 다정했던 친구는 서른 아홉 나이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 내 마음에 슬픔을 남겼다.

 

누구나 자전거에 대한 추억이 있으리라. 어릴 적 아버지 등에 붙어 또는 앞에 앉아 타던 자전거, 친구나 애인과 함께 한 자전거 여행 등. 용인에도 곳곳에 자전거도로가 생겨 가족과 휴일을 보내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행복해지는 정경이다.

 

우리시는 용인을 녹색도시로 성장시키려고 2020년 120만 인구를 위한 공원·녹지의 미래상을 그리는 공원·녹지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중인데, 특이한 것은 공원과 녹지가 곳곳의 자전거도로와 연계되도록 계획하는 점이다.

 

공청회에서 어떤 이는 도로 분야서 다룰 자전거도로 계획이 끼여 산만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한편에서는 그동안 자전거도로가 노선별로 조성되지 않고 이리 저리 흩어져 개설돼 이용이 불편했던 점을 개선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한 시민은 자전거도로 코스에 쉼터와 광장도 만들어, 운동도 하고 즉석 참여해 즐기는 거리공연도 열리는 문화가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했다. 고려 때 대몽고 전승지인 처인성 연계 자전거도로, 종합영상문화단지 MBC드라미아 연계 자전거도로 등 역사·문화자원과 연계하는 계획도 제시됐다. 시민들이 자전거도로에 뜨거운 관심을 쏟는 것을 보니 과연 자전거가 시민 일상에 아주 밀접한 인프라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용인시에는 경안천 등 하천변 자전거도로를 비롯해 124개 노선 146.5km의 자전거도로가 있다. 이곳을 편하고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환경정화와 재정비를 한다. 친환경 투수콘 포장재로 도로면을 정비하고 이정표, 턱낮춤 등을 설치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밸리브(Velib) 시스템 같은 공공자전거 대여제를 용인에 맞게 도입하는 용역도 추진한다.

 

기흥호수공원 조성의 일환으로 저수지 호안 따라 10.5㎞ 자전거도로를 설치해나가고 있다. 내년부터 전국을 자전거도로로 네트워킹 하는 사업의 용인 구간 10.6㎞를 조성하는 일에도 착수한다. 마북동 탄천구간부터 고매동 지방도317호선 변을 잇는다. 경전철 15개 역사마다 자전거거치대 설치도 추진하고, 용인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자전거 보험에 가입할 계획도 세워놓았다.

 

필자는 시정방침을 ‘함께하는 행복한 용인’으로 정하고 ‘사랑’에 기반한 ‘사람’중심 시정을 펼치겠다고 시민들께 약속했다. 용인에 쾌적한 자전거공간을 만드는 사업도 그 맥락에서 중요한 일이다. 시민들은 큰 건물을 지어드리는 그 어떤 대형사업보다 가족과 이웃과 나누는 자전거 추억과 자전거 미래를 더 소중히 여긴다. 용인의 자전거도로가 슬픔도 기쁨도 다 좋은 추억으로 남는 곳, 남녀노소 모두 행복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 되길 희망해 본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