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소통·화합이 필요한 까닭은?

요즘 20년 전 첫 시의원 시절의 생각이 자주 난다. 평소 좌우명을 삼고 있는 ‘인이무신(人而無信) 불지기가야(不知其可也)···’ 라는 논어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람이면서 신의가 없다면 그의 사람됨을 알 수 없고 큰 수레에 멍에가 없거나 작은 수레에 멍에가 없다면 어떻게 수레를 끌고 갈 수 있겠는가’라는 뜻으로 세상을 사는데 신뢰가 없다면 매우 살기 어렵다로 풀이된다.

 

지난 4년 동안 하남시에는 광역화장장 유치와 그에 따른 주민소환, 성남·광주·하남의 통합시 문제 등으로 많은 민-민(民-民), 민-관(民-官) 등의 갈등과 분열로 반목과 질시의 나날이었다.

 

이 같은 양상은 결국 주민과 주민, 주민과 관청의 소통의 채널인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 생각하니 공자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시장 취임을 전후해서 하남호의 수장으로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번민을 거듭했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위기감과 좌절을 희망과 용기로, 분열과 갈등을 소통과 화합·신뢰로 바꾸는 것이 본인이 최우선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에따라 우선 각계 각층의 주민대표가 참여하는 시정발전협의회를 조속히 구성해 주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나갈 계획을 세웠고, 시정인수위 때 시민 사회단체 대표를 초청, 대화와 건의사항을 청취해 이를 토대로 하남주민의 소망이 담겨있는 43개의 공약사항을 확정·발표했다. 또한 시는 민선 5기 출범과 함께 앞으로 4년 간의 시정 추진 방향을 내포하는 시정 목표를 주민과 공무원들의 공모를 거쳐 ‘신뢰·소통·화합하는 하남’으로 선정했다.

 

여기에 시는 최근 불합리한 시청 조직을 대과대팀으로 구성하고 공약사업 및 시민과 밀접한 업무를 보는 부서를 신설, 공약사업 등에 대한 구체적인 마스터 플랜(Master Plan)을 수립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신뢰와 소통으로 결실을 맺은 것 가운데 가장 큰 수확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시는 5억원의 예산을 확보, 금년 2학기부터 초등학교 5·6학년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지역내 13개 초등학교 전학년 8천700여명의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한다. 특히, 오는 2013년부터는 24개 초·중·고 전학년을 대상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행 할 예정이다.

 

앞으로 시는 주민과의 신뢰·소통·화합을 위해 주민으로부터 애로와 건의사항을 시장이 직접 듣고 이를 시정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 ‘주민과 대화의 날’을 매월 또는 분기별 정례화하고 필요하다면 ‘현장방문’ 실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주민과 대화의 날’은 그동안 해결되지 않은 오래된 지역 숙원이나 평소 갖고 있는 전문적 지식 또는 의견, 시정발전을 위해 소홀히 하고 있는 부분 등에 대한 폭 넓은 소통의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풀뿌리 민주주의에서 자치단체장이 주민들과 화합을 이루고 일사분란하게 모든 일을 처리 하기 위해서는 주민과의 허심탄회한 소통이 필요 불가결한 요소다. 허심탄회하고 투명한 대화로써 서로 간의 신뢰를 쌓을 수 있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지자체장은 주민의 일을 소신껏 처리하고 주민들은 이에 도움을 주고 해야 지역이 발전하지 않을까.

 

시의원 당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인이무신(人而無信)의 의미를 다시한번 음미하면서 이번에 다시한번 소중한 기회를 주신 주민께 하루 빨리 신뢰를 회복하고 소통과 화합 할 수 있는 하남시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희망과 비전, 그리고 자존과 행복을 드릴 수 있도록 다짐해 본다.

 

이 교 범

하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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