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를 통해 감동을 주는 스토리텔링이 마케팅은 물론 문화, 역사, 정치 등 전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각광 받고 있다.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의미와 감동이다. 물건을 사는 것에도 의미와 감동이 있어야 구매자를 행복하게 한다. 어쩌면 명품은 제품의 질도 중요하지만 명품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 그리고 그것을 또다르게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어 더욱 명품화 되어간다. 여행자들도 그렇다. 아름다운 경치도 감동적이지만 그 속에 사람들과 이어진 전설과 그 이야기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훨씬 감동적이다. 결국 살아가면서 스토리가 많다는 것은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삶의 질을 풍부하게 한다. 스토리가 많은 사람은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최근 나에게도 참 기분 좋은 스토리가 생겼다. 그것은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京畿’라는 행정구역이 우리나라에 등장한지 1천년이 넘었고 그 근거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경기도의 역사가 1천년이 이른다는 것은 경기에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솔깃한 이야깃거가 아닐 수 없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사에서 ‘경기’가 등장한 것은 신라시대에 경주를 중심으로 한 기록부터다. 하지만 기록은 있지만 행정구역으로서 경기는 고려시대에 들어와 틀을 갖추고 있다. 중국의 행정제도를 받아들인 것이지만 고려 성종 14년(995년)에 도입한 뒤 중단됐으며 현종 9년(1018)에 체계화 됐다.
고려의 경기제는 중국에서 형성·성립한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군주를 정점으로 하는 신분적 통치질서다. 고려의 경우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는 통치영역으로 경기는 군주의 근거지를 제외한 다른 지방과 구분해 경기제를 시행했다. 고려의 수도가 개성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서울과 경기도 상당지역이 행정구역상 경기였다. 학자들에 따라 경기제의 시작에 대한 이견이 있지만 고려시대의 경기제는 지금의 경기와 지역적으로 많은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분단으로 갈라진 경기도 북쪽 지역을 포함하면 고려시대 경기제는 현재의 경기도의 행정구역의 모태로서 충분하다. 결국 도입부분이냐 완성된 제도로서 시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1천년이 넘었거나 1천년이 다가오고 있다.
서울의 경우 조선시대 태종이 개경에서 서울로 천도 한 시점인 1394년인 점을 감안하면 경기도는 서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행정구역으로서 존재했다. 그리고 고려시대부터 행정구역 경기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일정한 혜택(과거제 인원할당) 등도 있었다. 따라서 경기도민으로서 행정구역 경기도는 1천년의 자랑스런 전통이 있다.
최근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해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나온다. 안타까운 것은 행정구역개편이 해당 시민들의 의견과 상관 없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공감대 형성을 위한 분야별 장단점에 대한 분석이나 공청회 및 토론회도 열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도시의 변화에 따라 행정권한의 이양 등이 논의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없어지거나 새롭게 통합되는 것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도폐지의 경우 해당 자치단체는 물론 국가의 발전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주변국가들이 대도시 중심으로 다양하고 큰 규모의 발전 모델을 만들고 있다면 우리도 그들과 경쟁할 수 있는 행정체계를 가질 필요가 있다. 경기도를 비롯 서울, 인천광역시를 묶어 협력 발전하는 ‘메가시티’도 이같은 맥락에서 유용하다. 도폐지 보다는 지금의 행정구역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권한이양 등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 과정에서 행정구역이 갖고 있는 역사성도 평가돼야 한다. 경기도는 1천년 역사속에 수 많은 스토리가 있다. 스토리 하나하나가 소중한 자산이다. 그리고 이 자산은 또하나의 경쟁력이고 살아가는 도민들의 자랑거리다.
/최 종 식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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