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 ‘설상가상(雪上加霜)’, ‘산 넘어 산’. 요즘 국내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한 어휘들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는 연말연시 한껏 들뜬 예년과 같은 활기찬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그저 한없이 흉흉해진 부분들만 표면 위로 도출되고 있을 뿐이다.
기자가 너무 부정적으로 침체된 현 사회의 내면만을 비추려는 건 아니다. 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사회적 불안감이 팽배해진 이후 여러모로 악소식만 들리는 데서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선 태극전사들의 앞다툰 승전보로 전국민의 웃음이 끊이지 않던 그때 이뤄진 북한의 연평도 도발은 만행이나 악행을 훨씬 뛰어넘는 비극적인 처사였다.
언론을 통해 전해진 우리 국방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고, 연일 쏟아지는 남북대치 상황에 전운(戰雲)이 감돌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극도로 치닫고 있다.
게다가 날씨가 추워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신종플루가 급속 확산될 우려가 커지면서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대부분의 항생제가 들지 않는 다제내성균(多劑耐性菌·일명 슈퍼박테리아) 감염 환자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 또 다른 걱정거리까지 생겼다.
여기에다 축산농업인들의 억장은 더욱 더 무너져 내리고 있다. 경북 안동시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순식간에 경기북부지역까지 확산돼 언제 어느 때 발병할지 모른다는 우려로 내 자식 같은 돼지와 한우를 지키느라 밤을 새기 일쑤다.
특히 충남 서산에선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돼 양계농장주들의 고심이 극에 달했는가 하면 최근에는 한·EU에 이어 한·미 FTA 추가협상까지 이뤄지면서 축산업을 중심으로 심각한 피해가 예견되고 있는 상태이다.
또 쌀 수매가 하락이 현실화되면서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며 성명서를 채택하는 등 연일 반발수위를 높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각계각층에선 “살맛 안 난다”는 푸념이 쏟아지고 갑작스럽게 닥칠지 모르는 불운한 기운에 그저 힘이 빠진다는 하소연만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을 등에 지고 이끌어가고 있는 정치권은 허구한 날 다툼으로 얼룩지며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 연평도 포격원인을 둘러싸고서도 대책 마련에 앞장서기보다는 여야 간 “네 탓이오” 공방을 하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펼쳐진 난투극은 지난해 이맘때쯤 해머와 전기톱이 동원된 격투장면의 1주년을 기념하며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더욱이 집단 주먹싸움으로 종결된 새해 예산안의 뚜껑을 열어보면 더 가관이 아니다.
여야 실세를 중심으로 한 특정 국회의원들이 앞다퉈 자신의 지역구 챙기기에 나서면서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1천억이 넘는 거액의 관련 예산이 증액된 것으로 드러나 국민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결식아동 급식지원을 비롯해 영·유아 필수예방접종비 등 서민·복지 예산 누락은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다.
이런저런 사건 모두가 우울한 연말연시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러나 시간은 다산다난했던 일들을 조금씩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하는 법. 때로는 스스로가 무감각해지려 외면하거나 애써 또 다른 내일을 생각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그래도 다시 한번 우리와 대한민국의 희망을 이야기했으면 한다. 그 희망이 또 다시 절망으로 끝나더라도 희망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우리네 삶이 조금은 덜 슬퍼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많은 변화들이 있겠지만 새해를 앞두고 세종대왕의 말씀을 통해 소박하지만 매우 의미 있는 희망을 기대해 본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해야만 나라가 평안하게 된다. 근심하고 탄식하는 소리가 영구히 끊어져서 각기 생생하는 즐거움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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