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

어르신들은 공원에서 체조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청소년들은 시청·구청 광장에서 신바람 일으키며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긴다. 호수공원 광장에서 주부들은 건강댄스를 추며 아파트 일색의 삭막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필자는 우리 용인시가 이렇게 체육을 즐기는 활기찬 도시가 되길 바라고 있다. 우리 시 5대 시정방침 중 하나가 자연친화 건강도시다. 시민들이 녹색 자연 속에서 건강을 증진하며 살 수 있도록 생활권 주변 레저스포츠 시설을 늘려나가는 계획을 세웠다. 대형경기장 건설들을 뒤로 미루더라도 녹색길, 보행자전용도로, 생활체육시설 등을 먼저 많이 만들려는 것이다.

 

시장이 되고서 여러 행사장을 다니며 많은 시민들을 만났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격의 없이 시민들과 소통을 할 수 있었던 만남은 각종 체육대회에서 가능했다. 동부동 운학초 교정에서 열린 건축직 공무원 체육대회도 참 좋은 시간이었다. 필자는 간부직 공무원이 짜놓은 프로그램에 따라 회식도 하고 피구도 하면서 직원 여러분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거기에 직급에 따른 거리감은 없었다. 소통의 매개체로서 운동과 막걸리와 소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파격과 파행은 닫혔던 마음의 창을 열게 하고 격의 없는 진솔한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걸 실감했다.

 

열린 마음과 소통, 그리고 단합은 체육이 활성화되는 건강도시에서 가능하다. 그러나 우수 선수 양성과 유치에 보다 집중해야 하는 엘리트 체육은 본래 취지와 달리 점점 거대해지는 스포츠마케팅의 압박 아래 거액의 비용이 소요되고 선수들도 지나친 경쟁에 시달리면서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남녀노소 시민 모두 선수가 되어 스스로 달리고 공차고 춤추는 도시가 진정한 체육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건강한 도시라는 게 필자의 소신이다.

 

우리 시는 지난해 직장운동경기부를 22개 종목 274명 선수단을 운영하며 213억 원이라는 너무 많은 예산을 사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용인시 직장운동경기부 운영을 포함한 엘리트 체육 육성에 투입된 시 예산은 모두 614억원에 달하며 생활체육 육성 분야 예산은 346억원으로 지나친 불균형을 이뤄온 게 사실이다.

 

우리시는 지난 시대의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당면한 재정 악화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까 고심을 거듭한 끝에 직장운동경기부를 10개 종목 87명 선수단으로 조정하는 결단을 내리고 146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비운영 종목 선수들에게는 재정 여건이 좋은 다른 팀들을 찾을 수 있도록 6개월의 유예기간을 제공하는 것 외에 달리 방도를 찾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엘리트 체육 육성은 국가 브랜드 가치를 좌우하고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우리시도 직장운동경기부의 훌륭한 선수들을 모두 품고 엘리트 체육을 발전시키고 싶으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내에서 한계가 있음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우수한 지역선수들을 세계적인 선수로 키우기 위해서 지방자치단체만의 몫이 아닌 국가와 광역단체의 예산 분담이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올해 우리 시는 엘리트 체육 102억원, 생활체육 133억원 등 235억원의 예산을 들여 직장운동경기부를 내실 있게 운영하는 한편, 어르신을 위한 게이트볼장을 늘리고 수지레스피아 인라인스케이트장과 리틀야구장, 기흥레스피아 축구장 등을 증설해 체육 활동을 원하던 시민불편을 해소할 계획이다. 용인시에서 체육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원동력이자 계층 간 거리를 허물고 소통하도록 하는 체육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것이다. 건강한 체육도시로 변화하는 용인시를 기대해 좋다.  김학규 용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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