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괴담에 축산농민 두 번 운다

구제역이 전국을 초토화 시키고 조류 인플루엔자가 경기도내에서는 처음으로 안성의 한 오리농장에서 발생했다. 엎친데 덮친격이어서 축산농민은 이래저래 죽고픈 심경이다. 전국 축산농가를 휩쓸고 있는 구제역으로 몸과 마음이 이미 지칠대로 지친 상태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또다시 전국으로 확산될까 우려된다.

 

지난해 11월29일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만해도 전국으로 확산될 줄은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구제역은 빠른 속도로 확산돼 경기도에서도 하루 자고 나면 곳곳에서 의심신고가 잇따랐다. 시·군마다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고 용인시는 헬기까지 띄여 항공방제에 나서는 등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구제역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의심신고는 여지없이 양성으로 판정돼 방역당국의 예방활동을 무색케하고 축산농민은 패닉(공황)상태에 빠졌다. 도내 축산농가의 소, 돼지 62만279마리가 생매장되거나 살처분되고 전국에서 수백만 마리가 땅속에 묻혔다. 그 피해액만 9천여억원에 달한다.

 

설 대목은 고사하고 텅빈 축사를 바라보며 넋 놓을 뿐이다. 구제역 재앙으로 가슴이 무너지는 것은 축산 농민들뿐만 아니다. 축산과 연관된 산업들의 간접 피해도 갈수록 커져 지역경제마저 흔들고 있다.

 

가평군이 지난해 8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모아 1천억원의 경제효과를 낸 ‘자라섬 겨울 씽씽축제’를 포기하는 등 일선 시·군이 줄줄이 겨울축제를 취소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5일장까지 폐쇄돼 소상인들이 생계를 걱정하고 한우음식점은 물론, 서민이 즐겨찾던 삼겹살집도 지난해 말부터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지난주 파주에서 고기집을 하는 지인에게 안부를 겸해 영업상태를 묻자 긴 한숨부터 냈다. 지인은 “연말 단체손님을 끊어지고 예약마저 줄줄이 취소됐다”며 “요즘도 하루 두 테이블을 채우기도 힘들다”고 하소연 했다. 구제역 확산을 놓고 조기대응에 실패한 결과라는 지적도 있고 청정국 지위를 지키기 위해 백신접종이 늦어 전국으로 구제역이 확산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렇지만 구제역 괴담과 음모론은 어쩌구니가 없을 뿐만 아니라 축산농민을 두번 죽이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괴담은 언제나 그럴 듯 귀를 솔깃하게 한다. ‘구제역이 창궐하기 시작한 시점과 한미 양국이 FTA(자유무역협정)를 타결한 시점이 겹친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해 방역을 소홀히 하고 있다’며 누리꾼들을 혹하게 하고 있다. 음모론은 더 기가 막힌다. 미국 축산업계가 비행기를 동원해 한국에 구제역 바이러스를 살포했다는 바이러스 살포설과 구제역 피해를 본 일본의 분풀이설, 남파 간첩의 화생방 공격설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쇠고기 수출을 늘리려는 미국 축산업계의 사주를 받은 북한이 전국의 간첩망을 동원해 구제역을 전파하고 있다는 북미 합작 음모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소, 돼지 수백마리를 살처분하고 엄동설한 칼바람을 맞으며 방역에 나선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은 정말 기가 막히고 힘이 빠진다.

 

살처분에 나선 이들은 정신적 충격과 악몽에 시달려 치료를 받아야 하고 계속된 업무로 수의사들도 이직과 휴직 등을 신청하고 있다. 이 같은 최악의 상황에 도움은 주지 못할 망정 괴담을 퍼트리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다. 여기에 정치권마저 괴담 공방을 벌이고 있으니 전형적인 포플리즘이다. 경찰은 괴담 유포자에 대해 수사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구제역을 하루빨리 종식시키고 확산의 원인을 되짚어 제 2, 3의 구제역 재앙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창학 지역사회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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