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위세가 하늘을 찌른다. 연초 미국을 국빈 방문한 후진타오 주석은 중국의 인권문제를 지적하는 오바마 정부와 의회에 대해 중국의 공산품 덕분에 미국이 편안하게 살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발언으로 맞받았다. 중국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엄포였다.
앞서 2008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선 중국의 중화주의가 무엇인지를 만천하에 드러내기도 했다. 후진타오 주석이 메인스타디움에 널찍하게 자리를 잡고 그 주위에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정상들을 들러리 세움으로써 봉건시대의 천자와 제후의 위상을 재연했던 것.
어찌 보면 그런 중국의 행보는 지나치게 오만해 보인다. 그러나 서구중심의 세계체제에서 순식간에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데서 오는 자신감의 발로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혹자는 장차 인류사회의 권력 중심이 중국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을 내놓기도 하고, 또 다른 측에서는 인권, 환경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외면하는 중국에겐 그럴 자격이 없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어쨌든 우리로선 경제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변화상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지난주 부러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중국땅을 밟았다. 여러차례 방문한 중국이지만 이번 방문이 특별했던 건 군포시와 산동성 린이시간 우호교류 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공식 방문이기 때문이었다. 베이징공항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독특한 중국적 분위기를 읽었고, 린이시로 이동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중국색을 느낄 수 있었다.
기초자치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에 맞먹는 인구와 도시규모를 자랑하는 린이시는 그러나 아직은 갖춘 것 보다 갖춰야 할 것이 더 많은 미완의 개발도시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었다. 가장 먼저 맞닥뜨린 것은 정체모를 냄새를 동반한 채 도시 전체를 에워싸고 있는 스모그와 우중충한 대기였다.
그러나 도시기반시설과 도시환경이 낙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린이시는 여러가지 점에서 역동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2020도시발전 로드맵이 그렇거니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최대 물류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발걸음이 힘차고 견실해 보였다. 거리에서 혹은 생산현장에서 만나본 시민들의 모습 역시 활달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으며 희망 찬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당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도시 곳곳에 포진한 역사 인물들의 사적과 박물관, 전시관을 둘러보면서는 문득 자신감과 긍지의 원천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현재 중국은 권력의 바통을 5세대로 넘기는 ‘권력이동’기를 맞고 있다. 중국의 대외전략 혹은 외교 패러다임도 대전환의 시기에 다다랐다. 30여년 전 ‘남순강화’를 통해 지금의 ‘중국적 사회주의’의 기초를 닦은 덩샤오핑이 주창한 도광양회(韜光養晦)나 후진타오의 화평굴기(和平屈起)는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법하다. 공히 ‘현실’과 ‘발전지향’이라는 키워드로 이해된다.
그러나 다음 세대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진핑 역시 그러한 기조를 유지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서구식으로 표현하자면 ‘레임덕’에 걸릴 법도 한 임기말의 후진타오가 저토록 강력한 리더십과 대외 강경행보를 거듭하는 것은 후대를 위한 ‘길닦기’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즉 미래권력 시진핑의 외교 패러다임은 이전의 그것과 괘를 같이 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할 것이다. 거듭 발전하고 있는 중국은 그러나 내적으로는 심각한 문제들을 쌓아두고 있다. 동서(빈부), 양안, 소수민족, 환경, 이데올로기, 인권 등 난제들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내적 갈등에 휩싸인 중국의 대외행보는 ‘더 강하게, 더극단적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한 축이 바로 한반도 문제인 것이다. 도광양회를 거쳐, 화평굴기로 이어진 중국의 대외전략이 어떻게 변화할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이유가 그것이다.
김윤주 군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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