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무기 왜 이런가?

임양은 본사 주필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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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빗나가 조준이 안되는 총이 있다. 다연발 K-11 복합형 소총이다. 화기 및 사격통제 장치의 결함이다. K-2 흑표 탱크는 걸핏하면 엔진 손상을 일으킨다. 냉각기능이 잘 안돼 과열을 견디지 못하는 탓이다.

 

K-21 보병 전투장갑차는 앞부분의 부력이 약한 쏠림현상으로 침수되곤 한다. 고속항진을 하면 갈지자(之)로 배가 간다. 워터제트 추진기가 결함인 최신예 유도탄 고속함이다.

 

이런가하면 제멋대로 가는 어뢰가 있다. 백상어 어뢰다. 목표물에 명중해 폭발하기도 하지만, 명중은 해도 폭발이 안되거나 중간에서 폭발하기도 한다. 신관 탄두 불량에 의한 표적감지센서 오작동이 원인이다. 최근 조선일보가 보도한 내용을 옮기며 좀 달리 표현해봤다.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이런 불량무기로 싸우다가는 싸워보지도 못하고 국군이 먼저 죽는다. 전선이 무너진다. 국기가 흔들린다. 물론 결함을 개선한다지만 왠지 미덥지가 않다. 수년전 포천에선 훈련 중인 전차가 포탄 발사로 포신이 찢어진 적이 있다. 훈련이 아닌 실전에서 무기가 고장나 쓰지 못한 사례는 지난번의 연평도사태 때다. 주력무기 K-9 자주포 6문 중 3 문이 고장났다. 자주포는 지난해 8월에도 조향장치 결함으로 방향감각을 잃고 엔진실린더 외벽의 이상이 발견된 사실이 있다. 고친다고 고쳤는데도, 연평도 포격 도발시 여전히 고장이 심해 쓰지 못했다.

 

방위산업 부실 안보저해

 

도대체 0.001mm면 얼마나 될까, 육안으로는 실감할 수가 없다. 방위산업은 이토록 프로젝트가 정교하다. 아예 기술이 모자라서 결함 방지를 감당할 수 없으면 별도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산무기의 개발은 연습이나 실험장이 아니다. 허점이 용인 안되는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연간 군의 방위력 개선 사업비가 9 조6천억원이다. 국산무기 개발을 관장하는 국방과학연구소(ADD) 한해 예산이 1조300여억원이다. 2천500여명이 근무한다.

 

이런 구조에서 참으로 개탄스러운 것은 방위산업 비리다. 율곡산업은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벌인 방산업체 청소작업이다. 한데도 비리는 여전하다. 원가를 부풀리거나 단가를 속이는 수법은 그래도 좀 낫다. 금전상 손해만 입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량품이나 가짜 부품을 납품하는 몹쓸 짓은 국군을 죽게해 전선을 망친다. 국기를 위협하는 역적행위다. 예컨데 대공포 35mm 포신을 불량품으로, 또 76mm 함포 핵심부품을 모조품으로 납품하는 업자가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이 이미 수사했거나 수사 중인 지난 3년간의 방산업체 비리 적발에서 나타난 사실이다. 수십건으로 비리규모가 350억원대다.

 

아무리 최신무기의 위력이 대단해도 강도 미달의 나사 한개가 잘못돼 쓸모없을 수 있는 것이 현대무기다. 0.001 mm를 따지는 이의 정교함에 비춰 불량품이나 모조품이란 실로 가당치않다.

 

비리척결 등 개혁긴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불량 모조품의 납품에 뇌물이 거래되는 점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안보관련의 무기 생산을 두고 어떻게 뒷돈 흥정이 있을 수 있냐는 것이다. 또 하나는 단순히 특가법상의 뇌물수수 혐의로만 사법처리 되는 점이다. 뇌물수수 양자가 엉터리 부품의 무기로 사고가 생겨 죽거나 다칠 수 있을 것으로 여기는 미필적고의를 완전 배제했다고는 볼 수 없다. 이의 객관화가 어렵다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방위산업 비리를 국사범으로 다뤄 엄히 가중처벌해야 된다. 국산무기의 결함을 유발하는 부품 등 열악성은 비리도 비리지만 첩자의 소행일 수도 있다. 군 개혁은 방위산업 개혁 또한 포함돼야 한다. 아울러 방위산업 개혁은 비리만이 아닌 전방위 문제점을 과제삼아야 된다.

 

국회가 앞장서면 좋겠다. 국방위원회는 국내 방위산업의 열악성 실태를 파악, 처방에 따른 특별법 제정 추진이 절실하다.

 

한마디만 더하겠다. ‘손톱밑에 가시 든 줄은 알아도 염통밑 곪는 줄은 모른다’는 옛 말이 있다.

 

임양은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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