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신드롬’

동국대 전 교수 신정아 사건의 핵심은 학력 위조와 가짜 박사다. 스캔들은 독신녀인 그녀보다 (당시의) 전직 고위 공직자 책임으로 돌아간 도덕성 문제다. 2007년의 일이다. 세인은 잊고 살았다. 당장 살기가 바빠 그런 일엔 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얼마전에 수인 생활을 마친 그녀가 사건을 두고 무슨 책을 펴냈다고 한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좀 맹랑한 생각이 든다. 가짜 인생의 핵심보다, 스캔들에 책의 무게가 실렸다는 것 같다. 즉 스캔들의 상품화다.

 

헤타이라(hetaira)는 아테네 사교계의 유녀다. 그렇다고 몸을 판 것은 아니다. 매춘부는 따로 있었다. 남성 중심의 고급사회 주연 등에서 시중들며 흥을 돋우는 것이 헤타이라로 재색을 겸비했다. 고급사회 남성들과 걸맞는 대화 파트너가 되어야 하므로 용모 뿐만이 아니라, 위트와 유머가 풍부한 지적수준 또한 갖춰야 했다. 이들은 대부분 노예 출신이다. 그러나 차츰 영향력을 가져 권세가들을 매혹시키는 일이 많았다. 아테네의 최대 정치가 페리클레스(B.C 495~429)는 아스파시아란 헤타이라에 빠져 정실 부인을 쫓아내고 후처로 들여 앉혔다. 아스파시아는 페리클레스의 권력을 등에 업고 정치에 개입하기도 했다.

 

빗나간 사건 핵심

 

남자가 한 여성에게 빠지면 이성을 잃기 쉽다. 여성 역시 마찬가지다. 이성을 잃어도 제대로 빠진 관계일 것 같으면 탈이 없다. 잘못된 관계일 적에 탈이 난다.

 

해어화(解語花)란, 말을 하는 꽃이란 뜻으로 미인을 일겉는다. 양귀비에 빠진 당나라 황제 현종이 한 말이다. 이 바람에 양씨 일가는 승상 등을 지내며 막강한 세도를 휘둘렀다. 양귀비가 어느날 궁녀들을 데리고 황궁 연못가에서 탐스럽게 피어있는 수중 연꽃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를 멀리서 보게된 현종은 주변 환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떠냐, 연못에 핀 연꽃의 아름다움도 해어화(양귀비)의 아름다움엔 미치지 못하리로다” 그러나 현종은 해어화로 인한 안록산의 난을 맞아 황위를 결국 태자에게 양위해야 했다. 해어화의 유래가 잘된 관계가 아닌, 잘못된 관계에서 나온 것은 태생적 불행이다.

 

문화일보가 신정아에게 되게 혼났다. 스캔들이 한창일 적에 어디서 구했는지 누드 사진을 신문에 실었다가 정신적 위자료를 요구한 손배소를 당해 조정금액 8천만원으로 간신히 마무리 지었다. 공연한 사실(사진)을 적시했으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겠지만, 사진 한장 싣고는 거금을 물어준 셈이다.

 

모니카 르윈스키는 백악관의 일개 사환이었다. 갑자기 유명해진 것은 클린턴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노출되고 나서다. 1997년의 일이다. 그후 수기를 펴내어 돈도 벌었다. 헤타이라나 해어화나 르윈스키 수기는 스캔들의 상품화다.

 

르윈스키도 어느덧 서른일곱살이다. 이런 그녀가 환갑넘은 클린턴을 “여전히 사랑한다”했다고, 지난 3월10일자 영국 신문 데일리 메일이 전했다. “자신은 세컨드로 남아 있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여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여전한 상품화다.

 

이제는 잊어야 할 일

 

신정아씨가 책을 펴낸 것은 그의 자유다. 내용 또한 임의에 속한다. 그대신 자유롭지 못한 것도 있다. “이 책으로 모든 것을 털어내고 싶었다”지만, ‘더 화제에 올리고 싶어 책을 썼다’는 세간의 평판이 없지 않다. 사회에 말썽을 일으켰으면 자숙해야 할 사람이, 무슨 좋은 일이라고 더 벌이냐는 비판은 사람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흥밋거리는 될 지 몰라도, 공익의 화젯거리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녀는 형사책임을 이미 이행했다. 돌을 더 던질 이유는 없다. 스캔들의 상품화일지라도 관심 유무는 각자의 몫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이같은 사건의 사회적 물의가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학력 위조나 스캔들 어느쪽이든 조만간 잊혀질 것이다. 남의 신변잡기에 매달릴 만큼 한가한 세상이 아니다.

 

임양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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