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가 여전히 어렵다. 불황의 터널 끝이 안 보인다. 이런 가운데 나라는 온통 빚 투성이다. 중앙재정도 지방재정도 적자다. 공기업은 빚더미 위에 앉았다. 가계빚 증가율 역시 가파르다.
2010년말 기준 가계부채가 937조1천억원이다. 전년도보다 8.9% 늘었다. 금리를 5% 잡아도 연간 이자 부담만도 42조원을 넘는다. 집 사면서 은행빚을 안진 예는 거의 없다. 이런 담보대출이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담보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금융불안 유발의 잠재 도화선이다.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취한다는 조치가 말썽많은 취득세 감면이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주택거래는 투기대상이어도, 반대로 외면대상이어도 문제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있다. 서민들은 시장에 집이 없어 집을 못사는 게 아니고, 돈이 없어 집을 사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뉴타운은 포퓰리즘이다. 이의 실패를 부동산 침체의 수익성 추락, 보금자리주택의 수요 잠식, 지자체장 교체 혼선 등으로 꼽긴 한다. 하지만 근본 요인은 가진자와 없는자의 갈등으로 집약된다. 여유있는 유산계층은 헌집을 뜯어 새집을 더 크게 짓는 투자가 즐겁지만, 여유없는 무산계층은 당장 살기가 마뜩찮은 현실이 서글프다.
진솔해야 감동준다
어느지역 동네 골목이나 재래시장 할 것없이 자영업 상인들에게 물어보라,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 들이다. 한데도 MB 정부는 딴청 ‘별곡’이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대고 주가는 연일 최고치며, 외환보유고 또한 사상최대이고 수출은 흑자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제지표가 서민경제와 무관한 것은 고용이 없는 성장과 마찬가지로 한국경제의 괴질이다. 서민들은 살기가 힘든 데 높은 사람들은 경제가 자꾸 좋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경제가 정말 좋아진 것일까, 경제불안 요인이긴 가계부채와 더불어 공기업부채나 국가부채 또한 다를바 없다. 2010년말 기준 공기업부채는 소문난 LH를 비롯해 도합 254조6천900억원이다. 이 중엔 순수 금융부채가 90조7천억원 규모다.
국가부채는 역시 같은해 말 기준으로 367조1천억원이다. 정부의 한 해 예산보다 훨씬 많다. 2002년의 99조8천억원에 비해 물경 267.8%나 늘었다. 가계부채는 물론 국민이 갚지만 국가부채나 공기업부채도 결국은 국민의 몫이다. 생산성채무가 아니다. 빚을 내어 이자를 갚는 악성채무가 태반이다.
이솝 우화다. 쥐들이 모여 고양이 대처법을 의논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자는 의견 일치를 봤다. 그러나 그 무서운 고양이의 목에 어떻게 방울을 달 것인가엔 모두가 속수무책이었다. 국가부채나 공기업부채를 놔두면 경제 전반에 나쁜 영향이 미친다. 재정의 건전성 강화가 시급한 문제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뾰족한 대안은 아무도 제시하지 못한다.
우린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함과 같은 이런 무대응 문제점 속에 살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돼 간다. 어느 누군 이렇게 진단했다. “이중구조가 해소되지 않아 박탈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면서 수출과 내수, 제조업과 비제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등 불균형을 예로 들었다.
서민경제 나아져야
물론 이같은 구조적 불균형이 이 정부들어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국가채무며 공기업채무, 가계채무 역시 증가율은 많아도 마찬가지다. 이런데도 국민사회가 피로감을 갖는 것은, 비유컨대 현금서비스 빼온 가장이 가족들에게 돈자랑 하듯이 솔직하지 않은 데 있다. 진솔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상대를 감동시킬 수 없다.
중산층, 즉 서민경제엔 경제지표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생계비 지수다. 국가 경영의 시발점이면서 또한 종착점이 서민경제다. 서민경제가 나아져야 이 빚, 저 빚도 갚아 나간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길이 서민경제의 향상에 있다. 다른 왕도는 없다. 노력의 대가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잘 벌어먹고 살 수 있는 국가사회가 이룩되는 게 요체다.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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