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공군사격장 즉각 이전하라

“안전구역을 확대하며, 그 안에 편입된 토지를 매수할 계획이다.”

 

지난달 7일 여주공군사격장을 관리하는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여주군에 보내온 공문내용이다.

 

남한강 백석리 섬에 있는 여주공군사격장을 현재의 35만 평보다 7.3배나 많은 257만 평으로 늘리고, 면적도 3배 가까이 되는 96만 2천 평을 2015년까지 모두 사들이겠다고 한다.

 

그 안에는 95세대 250여 명이 살고 있는데 그분들에게 대한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모두 이주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우리 여주군민은 지난 54년 동안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왔다. 사격장 고도제한으로 1988년까지 3층 이상 집을 짓지 못했으며, 사격장 주변 사람들은 누구나 소음 때문에 귀를 막아가며 생활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중간 중간 수업을 끊어가면서 교육을 해야만 했으며, 유탄에 맞아 목숨을 잃는 처참한 때도 있었다.

 

가축들은 유산하기 일쑤였고, 사격장 주변을 지날 때는 늘 포탄과 소음에 대한 공포로 몸을 움츠리며 살얼음판을 걷듯이 지내왔다.

 

그런데도 우리 여주군민은 불평 한번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제 36년의 악몽과 6·25 전쟁을 겪은 우리의 어르신들은 안보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국방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이해하면서 꾹 참고 지내왔던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 고통의 세월이 무려 54년간이다.

 

그런데 지금 국방부의 행태는 어떤가? 멍든 여주군민의 가슴을 달래고 고통을 나눠줄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고 사격장을 늘리고 땅을 사들여 지역주민을 정든 고향땅에서 내쫓으려 하고 있다.

 

더군다나 4대강 사업으로 1536년 만에 찾아온 여주발전의 마지막 기회를 송두리째 앗아가려 하며, 사격장 이전을 학수고대하던 11만 여주군민들의 가슴 속에 절망의 쐐기를 박고 있다.

 

1조 901억 원을 들여 MB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한강살 리기 사업의 맥을 끊어 정부시책에도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이러한 국방부의 한심한 행태에 분을 참지 못해 필자는 의회의장, 노인회장, 이장협의회장, 여성단체협의회장, 청년회의소장 등 주민대표와 함께 공군 제10전투비행단과 국방부를 지난달 15일 각각 연이어 방문해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20일 정도 기다릴 테니 그 안에 확장계획을 우선 철회하고 사격장도 조속히 이전해 가라”고 경고했다. 이범관 국회의원도 국방부 장관을 만나 강력히 항의했으나, 금년도 매입계획만 유보한다는 말만 나오고 아직 철회하겠다는 답변은 없다.

 

지난 54년 동안 우리 여주군민은 참을 만큼 참았다. 국방부의 애매모호한 태도에 여주군민은 더 이상 참을 수 없고 고통도 나누어야 할 때가 됐다. 사격장 확장계획의 즉각 철회는 물론 조속한 시일 내에 사격장을 다른 곳으로 옮겨 가길 간절히 요구한다. 이러한 마음은 지난 4월 6일 여주군 대신면 당산1리 마을회관에서 열렸던 ‘여주공군사격장 이전촉구 및 확장저지 투쟁위원회 발대식’으로 나타났고, 11만 여주군민의 힘을 결집하는 장을 마련했다.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타오르는 투쟁의 열기를 가득 담아 우리 11만 여주군민은 오는 28일 여주공군사격장 앞 한강변 둔치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공군사격장 확장을 저지하고 사격장을 다른 곳으로 즉시 옮겨가도록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다. 우리 여주군민은 공군사격장을 다른 곳으로 몰아내지 못하면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을 또 겪어야 한다. 수도권 규제로 소외당하고 설움을 겪어 온 여주는 ㈜ KCC에서 여주에 공장 20만 평을 증설하려는 계획도 규제 때문에 최근 안성으로 넘겨줘야 하는 아픔을 또 한 번 당해야 했다. 그날 밤 억울하고 원통해서 답답한 가슴으로 밤잠을 설쳤다.

 

사격장 때문에 각종 불이익과 피해를 감수하며 살아온 여주군민은 28일 국책사업인 4대 강 사업의 맥을 끊어 놓으려는 비극의 현장에 출정해 여주발전의 희망을 앗아가려는 국방부의 행태에 대해 한 맺힌 절규를 온천하에 목 놓아 외칠 것이다. “국방부는 진실한 마음을 가지고 사격장을 즉각 이전하라!” 라고.

 

김춘석 여주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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