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의 지방자치는 열악한 지방재정 때문에 그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지방재정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어제오늘 나온 말이 아니지만, 작금의 상황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공히 심각한 수준이다.
지방재정이 이렇게까지 어려워진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한편으로는 지방재정에 대해 아무런 고려없이 낮춘 종합부동산세율과 취득세 감면, 그리고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거래세 감소 때문에 들어오는 세원은 줄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복지비와 교육재정 지원,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몇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 다음과 같다.
#사례 1. 정부는 지난 3월 22일 취득세 50% 감면정책을 발표했다. 취지는 침체한 부동산 거래를 촉진시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해보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종합부동산세율 인하에 이어 또다시 적지 않은 세수감소를 감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비록 관련법 개정을 통해 보전해 주기로 했지만.
#사례 2. 현재 시흥시에는 1개의 국민임대주택단지와 4개의 보금자리 사업지구가 지정되어 있다. 임대주택단지와 보금자리 사업지구 안에는 정부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이 집중된다. 당연히 사회복지비용도 크게 증가한다. 정부는 사회복지비용이 증가한 만큼 교부세율에 적용되니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방교부세는 파생비용을 함께 고려하지 않는다. 저소득층이 증가하면 교육, 의료, 일자리 알선과 같은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그에 대응한 재정지출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이는 결국 고스란히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취득세를 감면해서라도 침체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이 감면에 따른 세수감소를 상쇄할 것이라는 기대 아닌 기대 또한 갖고 싶다. 저소득층의 주거를 안정시키는 정책 또한 마땅한 것이다. 결핵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함으로써 건강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이런 정부정책들이 지방재정에 대한 전체적 고려 없이, 부처별로 개별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각 부처의 정책은 명분과 당위성을 지니고 있지만 정작 그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지방재정에 대해서는 그다지 깊은 검토가 없어 보인다.
지난 4월22일 천안에서 열린 전국시장군수협의회에서는 2013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지방소비세 10% 인상과 지방이양을 내년에 조기 시행하고 현행 지방교부세율은 2%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1991년 지방자치 부활이후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어 온 국세와 지방세의 8:2 구조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정책의 당위성만을 가지고 지방재정에 일방적인 부담을 지우는 정부정책 역시 제고할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는 심각한 지방재정을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이다. 일시적으로 지방세수를 늘려 놓는다고 해도 중앙정부가 지금과 같이 부처별로 계속해서 지방자치단체에 비용을 부담지우는 정책을 펼쳐간다면 지방재정은 더욱 악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이제 지방재정에 대해 근본적으로 되짚어 볼 때가 됐다. 일방적으로 지방에 불리하게 되어 있는 조세구조를 지방이 자립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는 정부정책은 시행 이전에 재원을 마련하거나 지방에 협력을 구하는 사전적 정책검토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건의하고 중앙정부는 이를 검토하는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정치권을 포함하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파트너십에 입각한 진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윤식 시흥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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