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스타일의 변화인가? 정무적 판단의 결과인가?
5.6개각은 기존 인사관행을 뒤집은 파격이자 의외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일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하고 농림부와 환경부장관에 전문가그룹을, 고용노동부와 국토해양부장관에는 직업관료 출신을 포진시켰다.
5개 부처 가운데 기획재정부 단 한 곳에만 측근으로 분류되는 박재완 장관을 기용했을 뿐 측근인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신진인사들을 내각에 수혈했다.
이달초까지만 해도 통일부와 법무부장관 교체를 염두에 두고 인선작업을 진행했지만 막판에 2개 부처 장관은 유임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특급참모로 분류되는 류우익, 권재진 두 사람은 집권종반을 염두에 둔 친정체제 구축의 핵으로 집권초부터 지금까지 단행된 인사의 전례에 비춰 중용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청와대는 두 사람의 기용을 유력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측근인사 중용을 통한 친정체제 구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은 빗나갔고 그 자리에는 지역과 학맥까지 철저히 안배된 전문가 관료 그룹이 포진됐다. 이달초로 예상됐던 인사가 1주일 가량 지연되면서 기존 MB식 인사관행을 뒤집는 파격인사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4.27재보선 직후인 이번주 초 개각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 나왔지만 인사시점이 하루 이틀 지연됐고 그 사이 기존 인사판이 완전히 뒤집힌 것으로 보인다.
임태희 실장은 이날 인사발표 뒤 가진 기자 일문일답에서 "통일과 법무장관 교체도 검토했지만 어제(5일)부터 고민해 오늘 (유임으로)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장관에는 류우익 전 주중국대사, 법무부 장관에는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유력한 후보군에 올라 있었다.
박재완 장관이 발탁된 시점 역시 인사발표가 있기 1주일전이었다고 한다. 박 장관이 발탁되기 전 기재부 장관 후보에는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과 윤진식 한나라당 의원 등 역시 측근들이 유력 후보군에 포함돼 있었다.
개각 후보군에 든 인사들이 하나같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에다 이 정부들어 한 두차례 고위직을 맡았던 인사 일색이다 보니 여론은 물론 여권내부에서 조차 개각인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이같은 여론이 가감없이 이 대통령에게 전달됐고 이 대통령이 이번 주초 결단을 내리면서 원점에서 재검토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이와관련해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이번 인선에서 모든 면을 고려했고 내부적인 (인선)검토는 언론의 방향을 봐가면서 했다"고 밝혔다.
고물가와 전세대란 등 실정이 잇따라 4.27재보선에서 패배한 상황에서 또다시 회전문인사, 측근중용인사란 비판을 받게되고 일부 후보자의 청문회 통과가 불발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깊은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배경 때문에 이번 인사는 MB정권 출범 후 처음 단행된 MB스럽지 않은 인사로 평가할만 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단순히 정무적인 판단의 산물인 지 아니면 근본적인 인사스타일의 변화인 지 여부는 오는 7-8월로 예정된 후속인사를 통해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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