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의 길

임양은 본사 주필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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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이재오, 정몽준, 오세훈 등이 모두 나와서 당을 구해야 한다. 다 나오면 나도 나가겠다. 모두가 한번 해보자고 하면 당이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지 않겠나”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말이다. 조선일보 기자가 인터뷰한 지난 10일자 보도다. 오는 7월 전당대회를 두고 한 소리다. 당대표는 대선 후보가 될 수 없는 분리규정의 당헌을 어떻게 하고, 대선 주자군 구당 역할론을 당대표 출마와 결부시키는진 모르겠다.

 

아무튼 그 같은 흥행은 4·27 재보선 완패의 만회책이다. 하지만 성공은 미지수다. 감동을 주는 흥행이 아니고 오히려 흙탕 싸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목되는 것은 자신을 대선 주자군에 포함시킨 사실이다. “대선 출마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것이 인터뷰 시기와 별로 머잖은 지난 6일이다. 경기도의회 본회의서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는 어느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같이 말했다. 요점은 인터뷰에는 자신을 대선 주자군에 노골적으로 포함시키면서, 의회 답변에선 한자릴 깔고 왜 간접 표현을 했느냐는 것이다.

 

대권가도, 지사직 사퇴 시기

 

지난달 19일은 “내년에 나라를 구하는 일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역만리 미국에서다. 뉴욕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그같이 밝혔다. 경기도지사가 자기 처신을 지역사회의 지역주민에게 직접 알리지 않고 엉뚱한, 나라 밖 미국 땅에서 밝힌 게 그리 유쾌한 일은 못된다. 그랬으면 도의회서 질문받은 데 대한 답변은 진솔한 입장을 밝히는 좋은 타이밍이다. 한데도, 예의 우회적 둔사로 얼버무리고 인터뷰에선 “……나도 나가겠다(대선 주자다)”고 한 것은 자신을 뽑아준 지역주민과 지역사회에 대한 범절이 아니다.

 

관심사는 그럼, 도지사 자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알아야겠다는 것이다. 짐작건대 그 역시 지사직 처리에 작심을 못해 공식 표명을 못하고 있는 듯싶다. 하지만 무작정 끌 수는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주자군이지만 김문수 도지사처럼 유별나진 않다. 사흘이 멀다 하고 대선 얘기가 나오는 경기도지사가 과연 도지사 일에 얼마나 충실할 것인진 의문이다. 도의회 답변에서 “도정을 소홀하게 한다든지 (생략)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직무 소홀을 부인했지만 믿기 어렵다.

 

차라리 내 뜻이 이러니까 도지사 자리는 적절한 시기에 사퇴하겠다며 당내 경선에 전념하는 것이 떳떳하다. 그는 “경기도지사 재선된 지 1년도 안 됐는데 그만두겠습니다라고 하면 얼마나 가볍게 느끼겠나. 그래서 고민스럽고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지만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어차피 본인이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재출마했던 것이고 찍은 사람들 역시 짐작지 못하고 표를 준 것은 아니다. 가령, 당내 경선에서 다른 누가 후보가 되면 다시 돌아올 요량으로 도지사 자릴 유지할 생각이라면 몰라도, 그럴 사람으로는 믿지 않는다.

 

우파 가치, 당당한 보수 정객

 

김문수 지사는 당당하다. 예를 든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우파에 두고 우파의 가치를 정정당당하게 말하는 정치인이 보수진영에서도 그 말고는 없다. “대한민국의 적대 세력이 누구인지, 대한민국을 일으켜 성장시킨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확실히 알고 시작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세우는 것이 극우라면, 난 극우를 택하겠다. 가치에 대한 치열한 고민도 없이 무조건 중간이라는 건 말이 안된다”는 것은 보도된 한 대목이다. 이처럼 통렬하게 우파의 가치를 설파하는 정치인을 일찍이 보지 못했다. 더욱 그는 좌경향 민중운동을 했던 사람이다.

 

바로 이 점이다. 좌파도 잘못된 좌편향이 날뛰는 시대다. 이런 시류에 조금도 이 눈치 저 눈치 안 보고 자신의 정치적 가치를 소신 있게 밝힌 것처럼, 대권 도전의 공식 표명 역시 좌고우면 않고 천명하는 것이 그다운 처신인 것이다. 도지사직 사퇴 시기 표명 또한 해답이 이 속에 있다.

 

‘이성적인 것이 비이성적이고 비이성적인 것이 이성적이다’는 이성의 능력을 비판한 순수이성비판에 있는 말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금 이 말의 뜻이 뭣인지 잘 되새김해 봐야 할 시기다.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에게 괜찮은 도지사로 기억될 수 있길 바란다.   임양은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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