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륙작전 하려는데 사령부 해체하는 꼴”
김준규 검찰총장이 6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움직임에 대해 직접 성명을 발표한 것은 검찰의 의지를 강력하게 대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장이 던진 메시지의 요지는 ‘중수부의 저축은행 수사는 끝까지 갈 것이고, 향후 판단은 국민에게 맡기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으나 담은 의미는 정치권의 중앙수사부 폐지가 부당하고 국민들이 검찰을 지지해 줄 것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이날 오전 국립현충원 추념식이 끝나자마자 곧장 서초동 대검청사로 달려온 김 총장은 긴급 검찰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숨 고를 틈도 없이 문구를 가다듬고는 단상에 섰다.
그리고는 “상륙작전을 시도하는 데 해병대 사령부를 해체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정치권의 중수부 폐지가 중요한 수사를 앞둔 시점에서 진행된 것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의도를 암시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대목은 애초 원고에는 없던 부분으로 김 총장이 발표 직전 가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이어 부패수사 본산으로서 중수부의 역할을 거듭 강조하며 자칫하면 우리 사회의 거악과 큰 부패를 놓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뒤 중수부는 결코 힘없는 서민을 표적으로 삼은 적은 없다고 항변했다. 이와 관련 중수부 폐지 논란이 권력을 향한 수사에 정치권이 대응하는 것임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또 검사들이 흔히 쓰는 경구 중 하나인 “수사로 말하겠다”는 말로 매듭을 지은 것도 검찰은 그동안 공정하게 수사를 했으며 앞으로도 수사를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저축은행 수사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이날 박용석 대검 차장검사는 쏟아지는 질문에 “답은 총장이 다했다. 최선을 다하면 국민이 다시 한번 판단을 해주실 것이라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검찰 간부들 사이에서는 정치권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차단하기 위해 선을 긋기도 했다.
중수부 폐지에 대한 반발과 수사중단 조짐이 ‘입법권에 대한 도전’이 아니냐는 야권 등 정치권의 반응에 대해 한 검찰 간부는 “전혀 아니다. 입법권 도전이라는 말은 오늘 회의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김준규 총장은 지난 3월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중수부 폐지, 특별수사청 설치, 경찰 수사개시권 명문화 등을 담은 합의안을 처음 들고 나왔을 때 긴급 고검장회의를 소집했지만 직접 육성을 통해 성명을 내지는 않고 ‘정치인들 몇 명이 모여 사법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게 무슨 행태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재민기자 jmk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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