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에 던져진 먹이 신세다. 경기도가 이렇다. 갈기갈기 찢긴다. 아프단 소리도 내지 못한다.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특히 경기도엔 치명상이다. 과천정부종합청사에 든 기획재정부 등 11개 중앙행정기관이 세종시로 간다. 성남의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5개 공기업을 비롯한 도내 수십개의 공공기관이 비수도권 지방으로 또 간다. 이전 대상 공공기관 102개가 수도권 중에도 대부분 도내에 있는 것들이다.
부산에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11개, 대구에 한국가스공사 등 8개, 광주·전남에 한국전력공사 등 12개, 울산에 한국석유공사 등 7개, 강원에 도로교통공단 등 10개, 충북에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8개, 전북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4개, 경북에 한국도로공사 등 6개, 경남에 국민연금공단 등 10개, 제주에 공무원연금공단 등 3개 등이다. 정부는 오는 2012년 말까지 이전 완료를 목표로, 올 말까지 청사 건립에 들어갈 계획이다.
지방균형발전을 위한다고 한다. 지방특화산업의 고른 육성지원이 균형발전의 요체다. 공공기관을 떡 가르듯 배급하는 것이 과연 균형발전인 진 의문이다.
“현 국회의원 다 떨어져야 한다”
한심한 것은 도내 출신 여야 국회의원들이다. 다른 지역 국회의원들이 주목됐다. 신공항 문제로 부산·대구 등지 출신 국회의원들이 난리를 피웠다. 과학벨트 지정을 두고는 충청·영호남 출신 국회의원들이 야단법석을 떨었다. 이들은 공공기관 이전으로 지분을 챙기고도 뭔가를 더 가져가지 못해 안달을 부렸다.
정부 부처며 공공기관을 다 뺏기고도 방관만 하는 것은 점잖은 것이 아니라 태만과 무능이다. 여·야를 통틀어 거물이면 뭐하나, 자신의 도내 출신지역이 공공기관 이전으로 갈기갈기 찢기는 데도, 말한마디 못하는 것을 선량이라 해야할지 의문이다. “내년 총선에서 지금의 국회의원들은 모두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은 이들을 보다못한 숱한 유권자들의 분노다.
이 바람에 경기도는 마치 봉 취급하듯이 당하기만 한다. 예컨대, 과천을 교육·과학연구중심도시로 개발 할 수 있도록 종합청사를 과학기술R&D·산학협력단지로 이용케 해 달라는 경기도 당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막무가내로 손사래를 친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선거공약인 수도권규제완화 또한 공수표가 됐다. 경기도지사를 지낸 임창열 경기일보 대표이사 회장은 이를 가리켜 “(대통령이 의지만 가지면) 대통령령의 개정으로도 가능한 문제”라고 지난 7일 경기언론인클럽 창립 9주년 기념 특강에서 말했다. 문제의 수도권정비계획법은 무려 29년 전 굴뚝산업 시대에 만들어 지금의 정보화산업엔 맞지않은 일몰돼야 할 법률이다. 이런 법을 비록 비수도권 국회의원들이 지역이기로 고집해 개폐치 않은다 해도, 국무회의 의결사항인 대통령령의 시행령 개정으로도, 현안의 정비지구 도입 등 상당한 규제완화가 능히 가능하다. 이런데도 대통령의 비수도권 보비위에 겹친 도내 국회의원들 무능으로 하릴없이 임기만 차간다.
비수도권 눈치 보기가 그토록 바쁘면, 그럼 수도권은 홀대해도 된다는 말인가, 정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 분명한 것은 있다. 인구 1천100만명의 웅도, 경기도를 무시해서는 예를 들어 대권가도 또한 평탄치 않단 사실이다. 경기도 보다 인구가 절반, 절반의 절반 되는 데서도 똑같은 광역자치단체 단위의 지분권을 챙기는 터에 경기도민은 여태껏 빼앗기기만 해왔다.
다 빼앗기고·대통령도 거짓말
우리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은 기전 문화의 긍지를 살려야 한다. 나라의 수부를 포옹하고 있는 것이 기전지역 전래의 문화정서다. 이 시대 말로 표현하면 국가경쟁력이다. 이리 뺏기고 저리 뺏기는 게 언짢은 덴 지역감정도 없는 것은 아니다.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더 걱정되는 것이 있다. 국가경쟁력 저해다. 공공기관 이전으로도 모자라, 규제완화까지 틀어막고 있는 건 성장의 자해행위다.
대통령이 앞뒤를 구분못하고, 지역 국회위원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우리 민초들이 나설 수 밖에 없다. 경기도는 더 이상 잠자는 거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잠에서 깨어나야 할 시기다. 거인다운 면모가 필요하다.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 4월이 총선의 달이다. 이어 12월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임양은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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