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안 타결 검찰 “만족” vs 경찰 “당혹”

정부가 20일 검경의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도출된 가운데 검찰과 경찰은 서로 상반된 반응을 나타냈다. 검찰은 수사 지휘권을 지켜낸 점에서 내심 만족스럽다는 반응이지만 경찰은 크게 당혹하고 있다.

 

이번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들여다보면 경찰의 수사 개시권을 명문화하긴 했지만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보장해줬기 때문이다.

 

경찰의 수사 개시권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긴 하지만 충분히 가능하다는게 검찰 내부의 판단이다.

 

검찰의 해석이라면 경찰의 수사 개시권은 실질적인 요건보다는 형식적인 수준에서 인정해준 것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수사권 조정 논의와 관련해 검찰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평검사 회의에서는 경찰의 수사 개시권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정부 중재안이 최종 결정되면 결국 경찰이 통제받지 않는 수사권을 갖게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렇게 되면 10만명이 넘는 경찰 조직이 마음대로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이 폐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합의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196조 2항에 ‘사법경찰관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에 관해 수사를 개시·진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국무총리실이 조정안을 발표한 직후,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경찰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196조 1항과 검사의 지휘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3항이, 오히려 검찰의 통제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수사개시권은 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독자적인 권한을 인정하는 것인데 ‘모든 수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규정했기 때문에, 경찰이 검찰에 종속된 현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순히 현재의 법조문을 쪼개 놓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의 공식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이 같은 분위기를 고려해 볼 때, 경찰 내부적으로는 정부 조정안에 대한 불만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논란이 됐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이날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했다. 사개특위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가 중재하고 검경이 합의한 수사권 조정안을 최종 가결시켰다.

 

검경이 합의한 형사소송법 개정 방안은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되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인정하고, 검사의 수사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검경 합의안 중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조항에 대해 ‘모든’이 ‘내사’를 포함하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빚어졌다. 그러나 난상토론 끝에 이주영 사개특위 위원장이 “검경이 어려운 산고 끝에 합의해왔으므로 조문의 자구에 관해, 또 법무부령 등과 같은 체계 문제에 대해 이견이 좀 있지만 특위 차원에서는 그대로 합의안을 존중해 의결하자”며 최종 합의 가결시켰다. 이에 따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으며, 여야간 미묘한 의견 차이는 추후 국회 법사위 차원에서 추가 논의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전망된다.

 

강해인기자 hika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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