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청사 이전 “과천 경제 붕괴·도시 공동화 불보듯”

정부 설명회, 특별법 제정 등 주민요구 한건도 반영 안해

정부의 과천청사이전 사업 주민설명회는 결국 주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동안 중앙정부와 수차례 논의됐던 특별법 제정, 교육과학연구 중심의 R&D클러스트 유치 등이 무산되고 힘없는 기관만 입주하기 때문이다.

 

정부청사이전사업은 지난 2004년 8월 정부가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하면서 서서히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충청도 표를 공략하기 위해 선거공약사업으로 내세운 사업이었지만 정부행정기관을 둘로 나누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당시 행정기관과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게 진행됐으나 지방균형발전이라는 명분과 대통령 공약사업이라는 대세를 거스르지 못했다.

 

그러나 MB정부가 들어서면서 공공기관이전 사업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MB정부는 행정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국가경쟁력 악화는 물론, 막대한 행정력이 낭비된다며 지난 2010년 세종시 수정안을 제출했으나 국회에서 부결돼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최종 확정됐다.

 

행정기관과 공공기관 이전이 확정되면서 과천청사에 입주해 있던 법무부와 국토부 등 7개부처와 국사편찬위원회, 중앙선관위 등 10개 공공기관 등 21개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할 처지에 놓였다.

 

이에 과천시는 정부과천청사가 이전되면 소도시 과천은 도시공동화와 지역경제가 붕괴된다며 중앙정부에 대책을 마련을 요구해 왔다.

 

이와관련, 시는 지난해 정부과천청사 이전에 따른 과천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를 발의했고 과천청사 이전 대안으로 교육과학연구중심의 R&D클러스트 대안을 내놓았다.

 

또 과천시민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돼 시민중심의 대안을 마련해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등 민·관이 과천대책에 온 힘을 쏟아왔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18일 청사이전에 대한 주민설명회에서 과천시와 주민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과천청사에 중앙행정기관과 특별행정기관을 입주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대다수 주민들은 중앙정부의 발표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민공동대책위 관계자는 “그동안 수차례 걸쳐 주민의견을 수렴, 대안을 마련했는데도 중앙정부는 단 한 건의 요구사항도 반영하지 않았다”며 “이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무시하고 과천주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중앙정부를 비난했다.

 

주민 이모씨는 “행정기관을 둘로 나누는 정부청사이전사업 자체가 잘못됐으며 이는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이 아니라 재앙을 불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천지역에서 음식점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일부 주민은 중앙정부의 발표를 환영하고 있다. 우선 중앙정부의 5개 부처와 방위사업청과 위원회 등 특별행정기관이 들어올 경우 우려했던 도시공동화와 지역경제붕괴 현상은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과천시도 중앙정부 발표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과천시가 요구한 교육과학연구 중심의 R&D클러스트 유치 사업이 개발제한구역 해제 문제 등으로 추진이 어렵자 다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주민설명회때 정부가 발표한 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과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과천시의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시가 청사이전으로 인해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천=김형표기자 hpkim@ekgib.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