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대 약탈 피해’ 리비아 진출 기업에 대책없이 오히려 성금 내라

기업들 50만불 할당 불만...국토부 “강제 모금 아니다”

리비아 진출 도내 건설사들이 약탈 행위로 수백억원대의 피해를 당한 가운데(본보 26일자 1면) 정부가 보상을 받아야 할 피해 업체들에게 오히려 리비아 전달 성금을 모금토록 해 물의를 빚고 있다.

 

28일 국토해양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3일 국토해양부 소회의실에서 건설정책관 주재로 리비아 진출 업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양국 관계 증진을 위해 리비아에 전달할 성금을 모금하는 방안을 건설사 관계자에 전달했다.

 

이에 국내 21개 리비아 진출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지난 25일 해외건설협회 회의실에 모여 성금 모금 규모와 업체별 부담액 등을 논의, 50만 달러 상당을 모금키로 하고 각 업체의 리비아 공사 잔금 규모에 따라 모금액을 할당했다.

 

그러자 해당 업체들 사이에서는 이번 내전과 현지의 약탈 행위로 이미 수백억원대의 피해를 당한 상황에서 정부가 피해 보상 대책 마련은 뒷전인 채 국가 간의 관계 유지비용을 민간에 전가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게다가 일부 건설사들은 리비아 사태 후 귀국한 직원들을 정리해고하는 등 경영 여건이 크게 악화된 상태로 알려져 이번 모금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이번 성금 모금에 대해 건설사들의 자의적 모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해외건설협회에서 개최된 건설업체들의 모금 대책회의까지 참석해 사실상 압력을 행사하는 등 공식 입장과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A건설사 관계자는 “현지의 약탈행위에 대한 리비아 과도정부의 피해 보상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만큼 일부 건설사들에게 이번 모금은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국토부에서 제시한 ‘좋은게 좋다는 식’의 모금에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모금액, 전달처와 같은 세부 사항이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인 것은 말해줄 수 없다”며 “또 민간차원의 자의적 모금일 뿐, 강제로 모금 참여 여부나 모금액을 정해준 적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와 리비아 진출 건설사들은 이번에 모금키로 한 50만 달러로 의약품을 구매, 전세기를 이용해 리비아 벵가지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진기자 hj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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