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도자도시 자긍심 무너지나…” 충격 국보급 도자기들과 함께 통째 매물로 나와
전통 도자기의 고장인 이천시가 큰 충격에 빠졌다.
‘도자도시’ 이천시의 얼굴인 ‘해강도자미술관’이 국보급 도자기들과 함께 매물로 나오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이천시가 유네스코 ‘공예 및 민속예술의 도시’로 선정된 데에는 해강도자미술관 운영이 일조한 터여서 미술관 매각에 온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강도자미술관에는 보물 제1573호 ‘청자양각연판문접시’(고려시대 제작)를 비롯한 도자연구 자료로 쓰이는 깨진 도자기 유물과 해강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미술관 실소유주인 학교법인 국제대학은 지난 6월 중앙 언론에 ‘부동산 및 동산(도자기) 매각 공고’를 게재해 현재 매수자를 찾고 있는 상태다.
당장 발등에 불 떨어진 이천시는 매각 물건 중 토지와 건물(76억6천여만원)은 제외하고 도자기 유물(8억1천여만원 추정) 매입을 타진 중이나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이천시 관계자는 “지난 7월 조병돈 시장이 국제대학을 방문해 도자기 유물 매입을 제안했으나 대학측이 개별이 아닌 통째 매각을 고수하고 있어 유물 매입에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5월 해강도자미술관이 국제대학으로 넘어간 배경은 만성 적자난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는 지난 2006년부터 미술관이 심각한 경영난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운영비에 대한 최소 경비조로 한해 6천만원을 지원키로 결정, 국제대학에 매각되기 전까지 약 1억 여원이 지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강도자미술관 매각 소식에 시민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민 이모씨(50)는 “한 때 지자체에 기부체납까지 고려했던 해강도자미술관이 국제대학으로 넘어간 것도 모자라 이제는 부동산 시장에까지 나왔다는 건 이천의 큰 망신”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 이모씨(50)는 “일본에 빼앗긴 오층석탑을 찾기 위해 온 시민이 자발적인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내 밥그릇조차 못 챙기고 있다니 한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최모씨(39)도 “이천시가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된 배경도 도자미술관 운영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그러나 만약 미술관이 없어지기라도 하면 어쩔 것이냐”고 항변했다.
한편 해강도자미술관은 해강(海剛) 유근형(1894~1993) 선생이 1990년 5월 건립한 국내 최초의 도자박물관으로, 해강의 청자는 1992년 한국을 방문한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에게 선물로 전달되기도 했다.
해강 선생은 청자의 대가로 100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500년간 단절된 고려청자 재현에 평생을 바친 대한민국 도자기의 거장으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이천=이백상기자 bs2000@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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