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외국인이 ‘한국인들은 본능적으로 검소하고 절제미를 추구하는 민족’이라고 평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막사발을 빚은 조선 도공의 후예이므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막사발은 서민들의 질박한 생활그릇이었다.
아무런 장식 없이 먹고 마시는 기능만 가진 도구였다.
일본 전국시대에 일본 다도(茶道)를 집대성한 센 리큐(1522~1591)는 그런 막사발에 반했다.
리큐는 막사발에서 자연 그대로의 단순한 아름다움을 보았다. 그것을 최고 경지의 절대미로 여겼다.
막사발은 가장 최소의 기능만 가진 꾸밈없는 도구여서 오히려 강한 존재감을 발휘했고 신기(神器)라며 일본차를 담는 최상의 그릇으로 삼는다.
최근 전도양양한 젊은 공직자가 비리에 빠져 패가망신하고 일어탁수(一魚濁水)하는 사태를 지켜보며 가슴이 타들어가는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조선 막사발의 무념무욕(無念無慾)의 텅 빈 아름다움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이웃나라에서는 국보로 존중받는 막사발인데 정작 우리는 막사발이 지닌 고귀한 아름다움을 내다버린 게 아닐까.
공직자의 기본윤리인 ‘청렴’은 ‘높고 맑은 성품과 행실, 그리고 욕심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나는 청렴이란 조선 막사발에 담긴 자연미와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치를 모르고 자연의 일부로 살지만 보물의 경지로 존중 받는 예술품이 되는 게 청렴이 아닐까.
우리 사회에서 청렴이 진정한 도(道)로, 청렴 문화가 고급 명품문화로 숭배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공직자의 기본 윤리인 청렴이 새삼스럽게 다시 공직사회의 화두가 됐다.
우리 용인시도 청렴 원년의 해 선포, 청렴 교육, 암행 감찰 등 청렴을 실천하고 장치로 제도화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 공직자가 작은 청렴의 실천으로 커다란 시민 감동을 일으키는 공직 풍토를 자리 잡게 하려고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우리 민족은 본래 ‘청렴(淸廉)’을 숭상하는 민족이다.
은근과 끈기와 해학이 우리의 민족성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요즘 대체로 모든 사람이 조급하고 참을성이 부족하다.
욕망의 덩어리가 되었다.
오로지 남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서양식 교육 위주의 영향은 아닐까?
젊은 공직자가 관복 입은 도둑으로 둔갑하는 사건도 눈앞의 손쉬운 쾌락과 재물을 탐닉하다 추락의 늪으로 빠져든 결과가 아니겠는가.
예나 지금이나 동양의 현인들은 진정으로 부유한 삶이란 조금 소유하는 삶, 아니 무소유의 삶이라고 말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의 ‘청심’조항에서 ‘청렴은 천하의 큰 장사이다.
진짜 욕심쟁이는 반드시 청렴하려 한다’라고 했다.
시민이 낸 세금으로 녹을 받는 공직자라면 청렴을 생명으로 삼아 깨끗한 명예를 쌓는 게 가장 큰 이윤을 남기는 천하의 큰 부자가 되는 길이라는 말씀이 아니겠는가.
청렴의 문화가 우리 생활 속에 뿌리 내리려면 매일매일 마음 자세를 바로잡는 예식과 결단이 필요할 것이다.
모든 공직자가 다산의 목민심서를 한번이라도 숙독 하던가 막사발이 지닌 단순한 아름다움을 즐기는 예인(藝人)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학계의 연구와 조사에 의하면 용인은 고려와 조선시대에 전국의 어느 지역보다 활발하게 도자기 생산 활동이 일어난 곳이다.
1천 여년에 걸친 긴 세월 동안 각종 도자기들을 생산했던 도요지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지금 용인문화유적전시관에는 ‘용인 서리상반 고려백자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동면 서리상반 가마터에서 출토된 국가 귀속문화재를 전국 최초로 공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발굴 유물과 사진자료 6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9월30일과 10월 1일 문화복지행정타운 광장에서 열리는 ‘제16회 용인시민의 날’축제에는 백암 고령토 도자를 전시하고 도자 빚기 체험 행사도 마련한다.
시민들도 공직자들도 이 기회에 용인의 찬란한 도예 문화가 남긴 단순의 미학과 청렴의 정신을 소중히 음미하고 그에 흠뻑 물들게 되길 기대해본다. 김학규 용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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