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종교인의 책무

올 초에 우리 조계종에서 총무원장 스님을 비롯해서 총무원 전 직원이 함께 고 이태석 신부의 헌신적 삶을 다룬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었습니다.

 

영화는 우리에게 사랑과 헌신, 함께하는 행복은 물론이고 지금도 아파하는 지구촌의 ‘우리’와 그리고 도움을 청하는 그들의 외침, 그 모두를 보여주었습니다. 참으로 감동스러웠습니다.

 

소납은 고 이태석 신부의 삶이야말로 숭고한 인간의 가치와 의지를 우리에게 온몸으로 가르쳐준 우리 시대의 귀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처럼 종교인은 오탁의 시대에 소금이 되고 혼란과 고통의 세계에 등불이 될 때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종교가 소금과 등불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지구촌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갈등과 다툼의 빌미가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퓨포럼(the Pew Forum)이라는 미국의 종교문제 연구단체에서 발표한 리서치 결과를 보면 전 세계 인구의 1/3인 22억명이 종교활동에 제한을 받고 있고 전 세계 198개국 중 72%인 142개국에서 종교적 편견과 혐오로 인한 범죄와 폭력사태 등이 발생해 종교간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죽했으면 후쿠오카 마사유키라는 사람은 자신의 저작 ‘21세기 세계의 종교분쟁’의 서문에서 다양한 종교와 인종간의 분쟁보다 과거의 동서독이나 현재의 남북한의 경우처럼 동일한 민족의 이념적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훨씬 희망적이라고 말했겠습니까?

 

우리 사회의 경우도 종교편향과 종교갈등의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민족전통문화가 일부 외골수 정치인과 종교인들의 종교적 신념에 의해 무참히 훼손당하고 있고 가정사에서는 여전히 종교갈등 문제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명절 때가 되면 어김없이 신문 사회면에 종교차이와 제사문제로 인한 이혼기사가 등장하는데 가족 내의 종교갈등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 예라 하겠습니다. 사랑과 화목, 마음의 평강을 주어야할 종교가 가정 파괴의 빌미가 된다니 참으로 가슴 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문 다원화된 종교가 있는 국가입니다. 더구나 근래에는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노동자가 늘면서 소수종교인의 숫자도 제법 그 수가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종교 현실을 보면서 최근 양식이 있는 많은 분들은 종교간 소통과 화평을 주문하고 이젠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종교인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소납은 그 답을 결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 이태석 신부님과 함께 믿음을 같이 하는 분들은 사랑의 마음으로 항상 낮은 데로 임하시고 한마리 길 잃은 어린 양까지 구하신 예수님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답이 아닐까요?

 

그리고 자타불이(自他不二)의 부처님 가르침과 지옥이 텅텅 빌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는 지장보살의 마음을 실천하는 것은 소납과 같은 길을 가는 분들의 답이 될 것입니다.

 

영담 조계종 총무부장ㆍ불교방송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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