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행복한 삶, 우리 모두가 꿈꾸는 삶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 땅을 밟았다. 전 세계를 지배하는 초강대국,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자유가 숨 쉬는 곳,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타나는 곳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아름다운 나라, 미국의 숨겨진 모습을 우리에게 알려준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식코(SICKO)다. 미국의 의료보험제도는 이윤 극대화를 위해 필요한 헬스케어 서비스도 생략하고 돈 없는 환자를 의료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하여 결국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영화는 고발하고 있다. 시장 논리가 의료분야에서 적용될 때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의료분야를 시장에 맡기면 서로의 경쟁을 통해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고 주장하면서 의료 민영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료정책은 공공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계층이나 경제적 능력과는 무관하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으면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질병치료 위주의 의료정책에서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시는 성남병원과 인하병원이 문을 닫으면서 수정·중원 지역 주민들이 서울이나 분당으로 원정 진료를 다니고 있다. 일반적인 진료는 거리가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시간을 다투는 응급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1분, 1초가 생사를 갈라놓기도 한다.
이에 성남시에서는 대학병원을 유치를 위해 노력했으나 참여 병원이 없어, 2006년 성남시 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공포되고, 2007년 성남시의회에서 구 시청사 부지에 500병상 규모의 시립병원을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시 청사가 여수동으로 옮겨지고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예산을 수립했으나, 의료원 운영 방법 논란으로 전국 최초의 시민발의 조례가 폐지되고 다시 제정되는 등 진통이 끊이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시립의료원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짓는 병원이니 보나마나 적자에 시달릴텐데 왜 많은 돈을 들여 시립의료원을 짓느냐고 항의하기도 한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되묻는다. 여러분 집 주위에 있는 공원, 체육관, 문화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얼마나 돈이 드는지, 일년에 몇 명이나 이용하는지 알고 계십니까? 건강증진과 여가활동을 위한 이런 시설들도 적자 나니까 모두 문을 닫아야 합니까?
인하병원의 경우 연간 18만명이 이용했다고 한다. 시립의료원을 연 40만명 가량이 이용한다고 가정해 볼 때, 예산집행의 효율성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시립의료원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수정·중원지역 시민들도 건강하고 날씬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이다. 시립의료원이 건립되면 질병치료만 아니라 헬스케어센터로 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고 건강을 돌볼 수 있다. 시민이 건강하면 그 만큼 의료비용이 덜 나가니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흑자가 될 수 있다.
지난 날 시립의료원 조례 폐지에 거칠게 항의하다 주민교회 지하에 피신해 있으면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시민운동보다 정치인이 되는 것이 빠른 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성남시장으로 출마했다. 시민운동을 할 때와 시장이 된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때는 논리를 앞세워 요구만 하면 되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성남시 전체를 생각하고 성남시민의 행복과 성남시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자리이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은 시민의 건강을 위한 의료분야의 마지막 보루는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돈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고 돈 때문에 가족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성남시립의료원, 멀고 먼 길을 돌아 이제 건축할 터를 정리했다. 이곳에 최신 의료장비를 갖추고 실력 있는 의료진과 수많은 종사자들이 시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시립의료원 때문에 주변 상권도 살아날 그날이 기다려진다.
이재명 성남시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