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겨서 죄송합니다.”
온 국민을 울고 웃게 했던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노래 제목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못났다고 한 덕에 코미디의 황제라는 찬사와 존경을 받았으니 대단한 인생역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위인(偉人) 중에도 스스로 못났다고 고백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입니다. 백범일지에 ‘내 얼굴을 관찰해 보아도 귀하거나 부자와 같은 좋은 관상이 아니고 천하고 가난하고 흉한 관상뿐이다’라고 썼는데 자기 PR시대라고 하는 요즘의 관점에서 보면 가히 충격적인 고백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백범 선생께서는 대일독립전쟁의 최고 지도자가 되셨습니다.
두 분은 얼굴 못 생긴 열등감을 어떻게 극복했을 까요?
이주일씨는 ‘얼굴이 아니고 마음입니다’라고 노래를 했고 백범 선생께서는 백범일지에 ‘관상공부를 하던 중에 책에서 얼굴 좋음이 몸 좋음만 못하고 몸 좋음이 마음 좋음만 못하다(相好不如身好 身好不如心好)는 글귀를 보고 마음 좋은 사람(好心人)이 되기로 했다’고 썼습니다.
‘상호불여신호 신호불여심호(相好不如身好 身好不如心好)’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보면, 이 글귀는 당나라 때 마의선인(麻衣仙人)이라는 사람이 펴낸 관상책 ‘마의상서(麻衣相書)’의 맨 마지막에 나옵니다, 이 글귀가 책의 마지막에 나오게 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내용인 즉은 이렇습니다.
마의선인이 길에서 만난 총각머슴을 보고 곧 죽게 될 것이라고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이에 낙심을 한 총각머슴이 물가에 앉아서 탄식을 하고 있는데 나무토막이 떠내려 왔고 그 나무토막에 수많은 개미들이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우왕좌왕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합니다, 이에 총각머슴은 자신의 처지와 같은 개미들이 불쌍해서 나무토막을 건져 개미들을 구했다고 합니다. 그리곤 며칠 후 마의선인이 또 총각머슴을 보게 되었는데 곧 죽을 듯했던 총각머슴의 관상이 장수하며 부귀영화를 누릴 관상으로 바뀌어 있더랍니다. 총각머슴에게 개미를 구한 얘기를 들은 마의선사는 자신이 공부한 관상법이 완전한 게 아님을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마의상서’ 마지막에 그 글귀를 추가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세상만사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진리’는 원효대사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해골에 담긴 물을 먹고 모든 것이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임(一切唯心造)을 깨달았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 것입니다.
매년 대입수학능력시험 때가 되면 스스로 목숨을 버린 학생들의 얘기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미국의 CNN에서까지 한국에서 고3 기간은 ‘지옥의 해’라며 대학입시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문제를 다뤘다고 하는데 참으로 걱정입니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문제는 그 학벌위주의 사회를 만든 주인공이 바로 부모들, 기성세대라는 점입니다. 청소년들의 애꿎은 죽음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 탓만 하지 말고 부모 자신이 바뀌어야 합니다.
자신이 하지 못한 것을 반드시 자식을 통해 이루고자 한다면 이는 탐(貪) 즉 욕심입니다. 자신의 경험과 판단 만을 세상의 잣대인 것처럼 자식에게 가르치려 한다면 이는 세상을 경계와 경쟁의 눈으로 보는 진(瞋), 즉 세상의 향한 노여움일 뿐입니다. 또 자신의 자식을 약간의 노력이 부족한 잠재적 슈퍼맨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치(痴), 즉 어리석음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탐진치를 지혜로 바꾸기 위해서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3가지 독(毒)이라고 말합니다,
문제 있는 부모는 있어도 문제 있는 자식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식에게 잘하라는 얘기를 하기 전에 자신은 잘하고 있는지 먼저 생각해보는 부모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영담 조계종 총무부장·불교방송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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