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항공업계는 총 94억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런 위기 가운데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아랍 에미리트 항공사가 소위 ‘하늘 위의 궁전’이라 불리는 A380을 한국을 포함은 신규 5개 노선에 투입한 것이다.
이 비행기의 대당 가격이 4천500억 원이다. 팀 클라크 에미리트 사장은 인터뷰에서 A380기를 58대 밖에 보유하지 못하는 이유는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세워둘 공간이 부족해서라고 말한다.
전 세계 위기를 거꾸로 가는 아랍 에미리트 항공사를 보고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클라크 사장이 이렇게 대답했다. “왜냐고요?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늘 101가지는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수십 년 전의 위치에 그대로 안주하는 다른 항공사들과 우리의 차이입니다. 에미리트 항공의 강점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대담한 결정을 내리는데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에미리트 항공이 너무 공격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클라크 사장은 단적인 예를 하나 들고 있다. 중국 청도에는 인구가 1천100만 명이 삽니다. 그런데 2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에 운항되는 비행기는 일주일에 한 편에 불과했다. 영국 인구의 5분의 1일이 한 도시에 모여 있는 데 말이다. 그래서 청도에 사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 어떤 사람들이 오고 가는지를 조사하게 되었고 운항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즘 항간에 많이 팔리는 책이 있다. ‘스틱’ 이후에 칩 하스가 쓴 ‘스위치’라는 제목의 책이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이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bright spot’(밝은 면)을 보도록 노력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라는 것이다. 어떤 변화를 시도하든지 어두운 면에서 출발하지 말고, 밝은 면에서 보면 무한한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와 사회가 너무 부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생각의 배후에는 진실을 바라보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시기와 질투의 눈이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은 무조건 틀렸다고 생각하고, 그 일이 안 되는 101가지의 이유를 찾아 혈안이 되어 있다.
한국 교회 안에 가장 불행스러운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떤 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목회자들이 자신이 하는 목회사역의 80%를 장로들과의 관계를 위해 소진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만나교회에서 사역하는 장로들을 심방한지 5년이 넘었다. 장로들은 목회 대상이 아니라 목회의 동역자이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장로들을 돌보는 일보다는 더 중요한 일이 많다. 교회의 본질적인 사역을 하는데 만도 시간이 부족하다. 관계가 힘든 이유는 서로에게서 어두운 면을 찾아내려는 노력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밝은 면을 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필자가 39살에 만나교회 담임이 되었을 때 40명이 넘는 장로들의 연령은 은퇴한 전임자와 비슷한 연배였다. 두려움이 밀려왔다.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목회를 잘해야 한다는 것은 무척 큰 스트레스였다. 어느 날 새벽 기도하는 중 하나님께서 그런 마음에 확신을 주셨다. 장로는 무거운 짐이 아니라 좋은 동역자라는 것. 처음 장로가 될 때, 얼마나 많은 헌신과 충성이 있었을까? 문제는 그들이 가졌던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고, 목회자가 처음 안수를 받을 때 품었던 그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을 가질 수 있겠는가? 이 사회와 교회 모두가 밝은 면을 찾는 노력이 필요할 때인 것 같다. 하나님의 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 101가지의 이유를 찾아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병삼 분당 만나교회 주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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