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의 도시’ 구리시

[경기단상]

태극기 하면 떠오르는 것이 참 많다. 일제강점기, 우리 선조들은 장롱 속에 꼭꼭 숨겨두었던 태극기를 꺼내들고 만세를 불렀다. 3·1운동 당시 전국을 물들인 태극기의 물결은 해방의 기회를 만들었다.

 

우리 선조들의 태극기에 대한 사랑과 자주독립정신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발휘했는지 새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지난 2002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때는 또 어땠나.

 

전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올림픽 시상식에서 메달을 목에 걸고 국기를 향해 당당하게 서 있는 대한의 딸과 아들의 모습에 전국민은 기쁨과 환호의 박수를 보냈다.

 

특히 월드컵 기간 동안 4천700만 국민이 태극기를 흔들며 보여준 열정은 지구촌 전체를 뒤흔들며 세계인의 심금(心琴)을 울렸다.

 

태극기는 지난 1882년, 수신사 박영효 일행이 일본을 방문할 때 고종 황제로부터 허락받은대로 배 안에서 만들었다.

 

그러나 기록은 있으나 당시 그렸다는 태극기 모습이 나타나지 않아 애를 태우던 중 지난 1997년 8월15일 시인이자 태극기연구가인 송명호씨가 태극기 그림이 실린 시사신보(1882년 10월 2일 월요일자)를 발견, 언론에 공개하므로써 115년 만에 그 발자취를 찾아내게 됐다.

 

태극기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뒤에도 여러가지 형태로 존재했다. 당시 국기보양회라는 단체가 국기의 도식과 규격을 통일해야 한다며 정부에 건의하자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로 각계 대표 42명으로 한 국기제정위원회가 출범했다.

 

여러 도안을 놓고 논란 끝에 결국 한글학자 최현배, 안재훈씨 등 원로 12명으로 구성된 특별심사위원회에서 오늘날의 도안으로 만들어졌다.

 

태극기는 망국의 암운이 드리워지던 대한제국 말기에 태어난 후 항일독립운동의 정기와 6·25한국전쟁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한 애국 혼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그동안 3·1절이나 현충일 등 국가적 기념일조차도 태극기를 게양하는 집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아파트일수록 이런 현상은 특히 심했다.

 

세태가 변하고 애국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달라지면서 관심이 옅어진 탓도 있지만 태극기 구입조차 어디에서 해야 하는 지를 모를 정도로 무관심했다는 건 돌아볼 문제다.

 

다행스런 건 지난 1998년 IMF라는 경제위기 사태를 맞으면서 태극기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태극기 마케팅 전략을 통해 태극기가 새겨진 가방과 양말, 모자, 연필 등의 패션을 이끌어 냈다.

 

한마디로 역사적 파격, 그 자체였다. 국기의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성숙함 등을 보여주는 증표로 받아들여 지면서 자치단체마다 태극기사랑, 나라사랑 운동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우리 구리시는 지난해 8월15일 광복절 65주년에 즈음해서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태극기의 도시’를 선포하고 같은 해 10월 ‘제25회 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태극기 사랑 범시민 실천 운동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태극기 사랑, 나라 사랑 범시민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시는 그동안 강북도로 구리시 구간을 따라 태극기 거리를 조성해 거리거리마다 365일 연중 태극기를 달았고, 강북도로 한강변에 50m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해서 언제든지 태극기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3·1절과 개헌절, 광복절, 개천절 등 4대 국경일을 전후한 5일 동안 전 가정 태극기 달기 운동을 펼쳐고 아차산 중턱에도 75m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시 산하 동 주민자치센터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태극기 미니 역사 기념관’ 과 ‘국기 선양홍보단’ 등을 설치·운영하고 ‘태극기 사랑 글짓기 대회’ 등을 열었다.

 

용기와 비상, 그리고 희망을 상징하는 용띠의 해인 임진년(壬辰年)이 다가오고 있다. 각 지자체들마다 다양한 해넘이 행사와 해맞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독립기념관이 천안시 흑성산 정상에서 여는 ‘2012 나라사랑·가족사랑 해맞이 행사’는 일출이 시작되면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순서로 진행된다고 한다.

 

해넘이·해맞이 행사가 태극기 사랑, 나라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박 영 순 구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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