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단상] 지금 양평은 자전거 여행의 천국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 5월2일 서울 경복궁에선 시민대운동회의 하나로 자전거대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조선 선수가 마지막 40바퀴를 완주하는 순간, 경쟁자였던 일본 선수가 아직 몇 바퀴가 남아 있자 주최 측이 갑자기 경기를 중단시켰습니다. 이에 분개한 조선 선수가 본부석으로 달려가 우승기를 찢자 일본인들이 달려들어 그를 집중 구타했고 이에 성난 관중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일제강점기 ‘자전거 영웅’이었던 엄복동 선수의 얘기입니다.

 

평택의 한 자전거포에서 점원으로 근무했던 그는 행상하는 상인들을 따라 서울까지 중고 자전거로 틈틈이 연습하면서, 1910년 전(全)조선 자전거대회에 중고 자전거를 몰고 출전, 월등한 기량으로 일본 선수들을 물리쳤습니다.

 

자전거는 이처럼 암울했던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던 백성들에게는 희망이었고, 행복이었고, 자긍심이었습니다.

 

시대가 흘러도 자전거가 우리에게 제시해주는 아이콘들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양평군은 지금 100여년이란 세월을 훌쩍 뛰어 넘어 자전거 문화를 활짝 꽃 피우고 있습니다.

 

주지하시다 시피, 양평군은 지난해 중앙선 구 철로를 따라 양수리 구 북한강철교부터 양평읍 양근리까지 남한강 자전거도로 20.2㎞를 개설했습니다. 이와 함께 임도(林道)를 활용해 중미산(16.4㎞), 유명산(35.8㎞), 봉미·소리산(63㎞), 비룡산(34.4㎞), 계정·금왕산(52.2㎞), 고래·삼각산(53㎞), 양자·백병산(27㎞) 등 7개 코스에 281.8㎞의 산악자전거(MTB) 코스들도 개발돼 수도권은 물론 전국에서 동호인들이 즐겨 찾고 있습니다.

 

올해는 남한강 자전거도로 전 구간에 걸쳐 야간에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가로등을 설치할 계획입니다.

 

이 같은 시설들이 모두 완료되면 명실공히 자전거 인프라도 갖추게 됩니다.

 

이와 병행해 자전거를 포함해 모든 바퀴 달린 기구들을 즐길 수 있는 ‘바이크 특구’도 조성할 계획입니다. 바이크 특구는 산악자전거와 모터사이클, 레일바이크 등을 한데 묶어 ‘자전거 천국’을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남한강변 자전거도로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문화코드가 됐고 전국에서 처음으로 자전거특구를 조성하기 위한 기초 조사와 발전 방안 등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바이크텔(자전거 마니아용 숙박시설) 조성과 자전거 임대 등 테마상품도 개발하고 있고, 중앙선 전철복선화로 용담터널과 기곡터널 등 2곳의 폐 터널을 ‘자전거 타고 가는 터널 미술관’으로 꾸미기 위한 협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미술품들을 감상하는 전시공간은 세계 최초로 시도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전거 여행의 천국, 달려라 양평’ 슬로건도 상표로 출원할 예정입니다.

 

이럴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됩니다. 특히 중앙선 전철과 자전거길 개통으로 관광객이 늘어남에 따라 양평 전통시장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새롭게 단장해 중앙선 전철과 자전거도로 등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여 자연스럽게 시너지 효과도 거둬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계획입니다.

 

자전거도로와 연계해 관광객을 양평시장 안으로 끌어 들이는 동선도 만들어 먹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 등 모든 콘텐츠들과 연계한 인프라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주차장 확보, 간판정비, 전선 지중화사업 등도 추진해 상설시장 활성화를 꾀하고, 고객지원센터, 화장실 등 편의시설들도 확대 설치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상인분들의 의식이 중요한 만큼 음식 맛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고, 서비스를 높일 수 있도록 꾸준한 교육을 실시해 모든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인 봄을 맞아 ‘자전거 여행의 천국’인 양평으로 초대합니다.

 

김 선 교 양평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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