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워서 그런지 요즘 ‘착한’, ‘좋은’ 이란 말이 대세다. ‘착하다’란 말의 국어사전적 뜻은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고 상냥하다’ 이다. 또한, 착하고 좋은 사람은 ‘순둥이’라는 말과 같이 약간은 바보스럽고 세상에 뒤쳐졌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중앙에서 보는 지방은 참으로 ‘착한’ 아이들이다. 아니 정말 ‘순둥이’다. 놀부 형님처럼 모든 것을 다 가졌으면서도 나누어 줄지를 모르는 중앙에 대하여 착한 흥부인 지방은 배고프다고 자식들이 굶어 죽게 생겼다고 곡식을 나눠달라 간청하다가도 놀부 형님이 주는 주걱에 뭍은 밥풀에 만족하고는 만다.
4·11 총선을 앞두고 그 어느 때 보다 지방분권에 대한 요구가 뜨겁다.
언론을 들여다보면 ○○시, ○○협의회, 단체 등을 비롯해 시민사회에서 지방분권을 요구했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중앙정부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다보니 인구와 자본, 인프라 등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화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 구조를 지닌다.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비효율과 폐해는 국가와 지방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대선과 총선이 치러지는 올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중앙집권적인 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하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무반응이다. 당장의 총선승리에 매달리다보니 총선의 공약으로 채택조차 못하고 있다. 언제까지 중앙만 쳐다봐야할까. 착한 흥부 지방은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 줄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걸까.
아니면 스스로 박씨를 심고 풍년의 박을 타야하는 것인가. 바보가 아니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답이다.
선거구획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수원권선구청이 있는 동을 인근 팔달구로 떼주는 황당한 게리맨더링이 벌어져 하나의 선거구 내 2개의 구청이 존재하는 ‘이상한 동거’ 상황이 벌어졌고, 장안, 권선, 팔달, 영통구라는 좋은 명칭 대신 갑을병정을 만드는 중앙 정치권과 기초자치단체를 초등학생 대접을 하는 중앙에 무엇을 더 기다리고 기대를 할 것인가.
지난 2년여 동안 우리 시 규모에 걸 맞는 행정을 하기 위해 참으로 무던히도 중앙에 요구하고 또 요구했었다. 결과는 공무원 3급직제를 요구했더니 4급 공무원 줄이면 3급을 주겠다는 식의 어린애 어우르는 식 답변으로만 일관하였다. 이젠 더 이상 착한 흥부의 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수원시가 자치와 분권에 앞장서겠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심정으로 1%의 자치에 불과한 현실을 바꾸는데 나설 것이다.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 지난 14일 수원에서 지역주권을 위한 지방분권형 개헌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날 참석한 많은 지방분권 시민운동가, 학자, 단체장들은 “금번 총선과 대선에서는 지방분권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후보들을 지지해야 한다”, “현재의 지방분권에 대한 헌법은 유신 때와 마침표, 쉼표 하나 다르지 않다”,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고, 양원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범국민적 분권개헌 운동을 제안했다. 저 또한 이러한 지방분권 운동에 모든 힘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개헌을 통한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서는 국민의 관심과 협조가 절대적이다. 왜 분권이 필요한지. 왜 더 이상 중앙에 ‘착한 아이’가 되어선 안 되는지를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 세방화(世坊化)의 시대이다. 시대의 주인은 지방이다. 분권을 이야기 하는 모든 이가 함께 가야만 한다. 멈추지 말고 나아가야만 한다.
작년 7월 7일 “지방이 세계를 움직인다”는 수원 선언의 뜨거운 심장으로 전국 최대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갖고 남은 민선 2년을 지방자치와 분권의 꿈을 실현하는데 매진할 것이다. 지난 25년간 고인 그릇을 크고 새롭게 고치자는 온 국민이 함께하는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한 열망의 결실을 2014년 수원시민과 함께 맞이하고 싶다. 분권만이 지방의 희망이다.
염 태 영 수원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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