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분단의 상징이었던 한강철책선이 무려 42년만에 고양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날, 이내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민족의 아픔인 남북분단 상황에서, 무장공비의 침투를 저지할 목적으로 설치된 한강철책선은 초록평화도시를 지향하는 고양시에서는 ‘베를린 장벽’과도 같은 존재였다. 42년 동안 ‘장벽’에 가로막혀 철책선 너머 먼발치에서 아름다운 한강의 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고양시민들은 이제는 어느 곳 어디서나 반갑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한강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철책선 제거사업의 첫발을 내딛었다.
고양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한강하구는 천혜의 자연보고이다. 오랜 세월동안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면서 우리나라 하천 중에서 자연성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하천이다. 이곳에 있는 장항습지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면서 동식물에게 풍부한 먹이의 공급지가 되면서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재두루미, 큰기러기, 저어새 등 많은 철새들의 지상낙원인 동시에 천혜의 쉼터이다.
뿐만 아니라 넓게 펼쳐진 버드나무 군락,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말똥개의 무리, 우리나라에서 서식밀도가 가장 높은 고라니 등 생물학적 다양성이 풍부하고 생태적으로 우수한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는 장항습지는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축복의 땅이다.
시는 자연이 우리 고양시민에게 준 최고의 선물을 우리 후손들에까지 물려줄 수 있도록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우선 한강하류의 고수부지에 대해서는 생태공원 조성과 평화누리길 조성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아울러 ‘장항습지보호지역’ 구간인 김포대교와 일산대교 구간에 대해서는 야생동물 보호와 생태습지보존을 위해 기존철책을 재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철책제거사업에 따른 군사시설규제 해소를 통하여 장항습지보호지역의 ‘평화 생태관광 사업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된다.
또 ‘2020 고양평화통일특별시’라는 중장기 비전을 가지고 있는 고양시 입장에서는 그동안 민족분단의 상징이었던 ‘한강 철책선 제거’로 남북 평화통일로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은 물론이고, 친환경초록평화도시라는 고양시의 이미지를 크게 알리는 계기도 마련하고자 한다.
하지만 우리의 평화모드와 상관없이 최근 북한은 김정일 사망 이후 인민군 최고사령부 명의로 “혁명무력의 대남 특별행동이 곧 개시될 것”이라는 위협과 함께 “3~4분 안에 지금까지 없었던 특이한 수단과 방법으로 모든 도발의 근원을 초토화 시키겠다”고 연일 엄포를 놓고 있다. 북한의 엄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원색적 경고메시지를 던지며 도발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또한, 비록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 발사와 3차 핵실험 징후로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되는 등 안보·통일·평화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그 어느 때 보다도 고조되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현재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북핵·미사일은 물론 남북경협, 이산가족상봉 등 인도주의적인 교류협력도 악화일로에 있지만, 거꾸로 이러한 상황일수록 남북관계가 복원될 경우 이에 대한 대비가 매우 절실하다. 즉,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교류의 창구를 만들어 내야만 한다. 남북교류를 활성화하도록 여러 민간단체와 지방자치단체에게도 일정한 역할을 허용하는 것이 답이 될 것이다.
고양시는 이미 지난해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 특별 세미나’에서 ‘2020 고양평화통일특별시’라는 비전과 추진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남북접경지역의 중심도시, 남북교류협력의 전초기지는 물론, 향후 통일한국의 실질적인 수도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준비된 도시가 바로 고양시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제 분단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는 철책을 제거함으로써 ‘2020 고양평화통일특별시’ 실현을 위한 초석을 놓고, 평화와 통일한국의 허브도시를 위한 실질적인 발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최성 고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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