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제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정일형 정치부장 ihju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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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법률소비자연맹이 조사해 발표한 법을 가장 안 지키는 직종 1위가 정치인이었다. 국민들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정치를 냉소하거나 아예 방관하는 현상까지 심화되고 있다. 이를 방증이나 하듯 OECD주요 회원국 국회의원 평균 투표율을 보면 한국은 46%로 호주 95%, 룩셈부르크 92%, 벨기에 91%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조사대상 13개 국 중 미국 48%에 이어 꼴찌 수준이다.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해 ‘이제는 더 이상 꼴도 보기 싫다’는 분풀이를 하면서 아예 참정권까지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6천488건의 각종 민생 및 현안 법률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당리당략에 얽매어 몸싸움을 넘어 본회의장에서 최류탄이 난무, 해외토픽감으로 손색이 없을 ‘망나니’짓을 벌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암울한 정치 현실속에 제18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남기고 그렇게 마감했다.

지난 30일 대망의 제19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됐다. 물론 국회법에 따른 개원일은 6월5일이다. 2천억원이 넘는 초호화 의원회관에서 그야말로 포부도 당당하게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봉사하겠다’고 300명의 의원이 다시금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시간을 갖고 있다.

18대 국회에서 한 짓들이 있어서인지 개원에 앞서 당선자들을 상대로한 한 여론조사에서 45%(161명중 73명)가 몸싸움 등 물리력을 행사하는 의사결정에는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9대 국회에서 이것만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질문에도 ‘국회 폭력’, ‘물리력 행사’, ‘날치기와 몸싸움’, ‘싸우고 부수는 것’ 등이라고 답하며 다짐을 했다.고쳐야 할 국회의 관행에 대해서도 ‘국회폭력, 국회 재산파괴를 처벌하지 않는 관행’에 대한 답이 많았다.

이 밖에도 예정된 회의시간 준수, 여야 쟁점법안 때문에 민생법안이 늑장 처리되는 관행 타파 등 적지 않은 의원들이 약속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지에 대한 기대는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개원일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음에도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상임위원장 배분문제다. 현재 여야는 서로 많은 수의 상임위는 물론 ‘대선’과 국정조사를 운운하며, 특정 위원회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앞서 여야는 상임위의 수를 최대 6개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다 국회 사무처 직원의 인건비를 제외하더라도 4년 임기 동안 72억원의 혈세가 더 든다는 비판이 일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기도 했다.

문도 열기전에 혈세부터 낭비하는데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8대 국회도 이같은 밥그릇 싸움으로 무려 42일이나 지각 개원했다. 말로는 이런저런 다짐을 했지만 역시 초반부터 지각개원이란 볼썽사나운 모습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제19대 국회는 밥그릇 싸움으로 지각개원을 하는 악습부터 근절해야 국민들이 원하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19대 국회의원 전원의 다부진 각오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草上之風(초상지풍)이라 했다. 정치는 바람이고 민중은 풀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선행을 하면 국민들은 당연 감화되고 그에 따른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격언이 있다. 국민들은 법을 만드는 입법부, 즉 국회의원들이 가장 법을 안 지킨다고 답을 하고 있다.

이같은 국민들의 의식을 바꾸고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주기 위해서는 19대 국회가 진정한 ‘쇄신풍’을 일으켜야 한다.

정치 후진국이란 오명을 벗는 진정한 선량들의 모습이 보고싶다.

정일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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