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은 공연계로선 비수기다. 대부분의 공연장들이 그 기간을 이용해 내부수리에 들어간다. 도문화의전당도 7월 중순부터 한달간 휴관예정이니 분주한 맛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바쁘지 않다는 것과 생동감이 없어 보인다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도문화의전당 모습은 후자에 가깝다. 이유는 오는 7월 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조재현 이사장의 연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김문수 지사로부터 워낙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어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다지만, 조 이사장의 의중은 아직도 미지수다.
연초 성신여대 교수로 임명된 그는 난데없는 이사장직 연임 포기설에 시달렸다. 경기도 산하 경기영상위원회 위원장이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직을 겸하면서 ‘특혜’라는 비판을 받았던 터에 교수직까지 더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문제는 조 이사장의 연임여부에 따라 짐을 싸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대표적인 예가 손혜리 사장이다. 조 이사장이 발탁한 손 사장의 임기는 8월말까지다. 고선웅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의 임기 역시 7월 말이고, 조흥동 도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임기도 같다. 구자범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내년 1월, 김재영 도립국악단 예술감독은 내년 2월로 그나마 여유가 있다지만, 조 이사장의 연임여부에 4개 예술단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직원들이라고 일이 손에 잡힐리 만무하다.
2년 전, 도문화의전당 이사장에 배우 조재현씨가 내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의외지만 반가웠다. 공연장의 성패가 대표의 성격과 열정에 달려있는 만큼 그가 가진 열정이 새바람을 불어넣을 거란 기대감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반길 수 없었던 건 그가 누구의 남자이고 그로인해 이사장 자리를 꿰찼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게다가 ‘공연기획 전문가’라며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인 손혜리씨를 사장으로 추천했다. 기자에겐 납득가지 않는 인사였다. 서울문화재단은 경기문화재단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창립됐다. 당시 경기문화재단 직원들이 한 단계 승급해 자리를 옮기는 경우를 봤던터라 도문화의전당 사장 자리를 서울문화재단 팀장급으로 격하시키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했다.
취임 직후 만난 조 이사장에게 “유인촌 장관 뒤를 밟는건가요?” 하는 질문을 던지며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당시 조 이사장은 “정치할 뜻 없다”는 말로 더 이상의 오해나 편견을 막았다. 손 사장을 겨냥해 “너무 약하지 않나요?”하자 “전당에 올인할 사람”이라는 말로 일축했다.
조 이사장의 말대로 그는 정치판을 기웃거리지 않았고, 손 사장은 전당에 올인했다.
도문화의전당은 ‘피스 앤 피아노 페스티벌’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국내 피아니스트 12명을 한 무대에 세웠다. ‘천지진동 페스티벌’ 역시 2천명이 넘는 사물놀이 연주자들이 함께하는 축제를 만들어 주목받았다. 둘 다 쉽지 않은 기획으로 조 이사장의 추진력과 공연기획 전문가인 손 사장의 특기를 잘 보여준 행사였다.
남은 건 누구의 남자, 누구의 여자라는 꼬리표만 떼면 된다. 경기도민들은 그동안 배우가 아닌 조 이사장에게서 겸손함을 봤고, 이웃 아저씨 같은 친근함을 느꼈다. 문화예술에 대한 열정도 경험했다.
손 사장 역시 뛰어난 기획력을 인정받은 만큼 더 이상 조 이사장의 연임 여부에 목메여서는 안된다. 그럴려면 기관장으로서의 위엄이 필요하다. 도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연장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예술경영 실무자 보단 강한 리더십을 가진 관리자로 변해주었으면 한다.
박 정 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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