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가 부활한지 21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지난 1991년 30년 만에 부활된 지방의회는 자치단체와 더불어 ‘지방자치’라는 큰 수레를 이끌어 가는 두 바퀴에 비유되고 있다.
비록 중앙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권한 독점으로 인해 온전한 지방자치가 실현되지는 못하고는 있지만, 이제 지방의회는 엄연히 스물살을 넘긴 성년이다.
지방의회는 민의를 대변하는 대표 기관으로서 의결, 입법, 감시기관으로써 조례의 제·개정 및 폐지, 예산의 심의 확정 등 주민들과 관련된 중요한 일을 하는 곳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지방의회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국가 입법기관인 국회의 각종 잘못된 관행과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4·11총선을 통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300명의 선량들을 뽑았다. 이 가운데 초선 의원이 절반에 가까운 148명에 달할 정도로 구태 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의 선택은 변화와 개혁을 바라며 새로운 인물들을 여의도에 입성시켰다. 국민들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은 불과 한 달여 만에 산산 조각이 났다. 당초 5월 말 개원 예정이었던 제19대 국회는 여야간 상임위원장 배분 등 몇가지 쟁점을 둘러싸고 파행을 거듭한 끝에 한 달이 지난 지난 2일에서야 개원, 변화의 정치를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또다시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지난 2010년 7월 출범한 도내 31개 시·군 의회도 이달 초 일제히 2년간의 후반기 일정을 시작했다. 상당수 초선 의원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시·군의회는 전반기 2년의 경험을 살려 후반기에는 보다 의욕적이고,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칠 것으로 주민들은 기대를 모았으며 의원들 역시 이러한 포부를 밝히곤 했다.
그러나 일부 시·군 의회는 주민들의 기대에 아랑곳 하지않고, 의장단 선출을 둘러싼 ‘감투싸움’으로 후반기 시작부터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성남, 부천, 안양, 의정부, 남양주, 김포, 의왕시 등 7~8개 의회가 의장단 선출을 둘러싸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다행히 이 가운데 의장단 선출 문제로 의장석 점거사태까지 빚었던 구리시의회는 일주일 만에 여야간 합의로 원 구성을 마무리 짓고 정상화 됐다.
나머지 의회들은 의장·부의장 선출 또는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여전히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며 합의점을 못찾고 있다. 의정부시의회의 경우 의장 선출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간 첨예한 대립 속에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난무하는 등 파행이 장기화되고 있으며, 김포시의회는 후반기 의장단 구성의 후유증으로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후반기 첫 정례회를 마쳤다.
또한 남양주시의회와 의왕시의회는 의장 만을 선출한 채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은 뽑지도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빚고 있다. 안양시의회는 지난 9일 민주통합당의 퇴장 속에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등 기초의회의 파행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지방의회가 어찌도 그렇게 국회의 잘못된 모습을 닮아가는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지방의회가 국회의원들의 잘못된 모습을 닮아가는 것은 비단 의회운영 뿐만이 아니다.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의원들의 권위적인 태도, 각종 이권 개입과 비리 연루, 감투욕 등 권력의 어두운 그림자를 쫓는 모습이 한심스럽기만 하다. 지방의원들이 이처럼 국회의원들의 그릇된 행동을 닮는 것은 선거 당시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며 ‘민의의 대변자’, ‘머슴’, ‘참일꾼’ 등 각종 미사여구를 사용하며 지지를 호소하던 초심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방의회가 진정한 대의 기관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위(국회)를 쳐다보지 말고, 국민을 위한 더 낮은 자세로 임해 대화와 타협, 상생을 위한 양보와 희생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황선학 지역사회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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