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에 스태츠칩팩코리아라는 반도체 기업이 있다. 싱가폴 자본이 100% 투자된 외국계 기업이다. 기업의 연혁을 보면 지난 1984년부터 28년간 이천시에 입지해온 가족과 같은 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무심하게도 이천시민의 곁을 떠나려고 한다.
상시 근로자가 2천300명에 달하는 스태츠칩팩코리아는 SK하이닉스에 이어 이천에서는 두 번째로 큰 대기업이다. 이 기업이 지역을 떠날 경우 연간 세수 20억원의 감소와 주거, 상권의 악영향 등 지역경제 피해가 불가피하다. 스태츠칩팩코리아가 이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임대형태의 대기업이라는데 있다.
SK하이닉스에서 공장을 임대, 사용해 왔고 임대기한이 2015년 6월에 만료되기 때문에 이전부지를 조속히 결정해야만 한다. 그러나 자연보전권역에서는 대기업의 이전이 현행법상 불가능해 전 지역이 자연보전권역인 이천시에는 기존공장이라도 입지가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시가 경기도와 함께 필사적으로 노력한 결과, 연초 정부로부터 불가피하게 이전하는 임대공장에 한하여 대기업이라도 이전을 허용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이로써 수년간 노력했던 지역 내 이전이 가시화하는 듯 했지만, 기업측은 토지무상임대와 전력·용수·폐수처리 등 기반시설 제공, 조세감면 등을 요구했다.
우리시는 특혜 시비에도 불구, 인근에 약 300억원을 투자하여 산단을 직접 조성하여 합리적으로 유상 임대해 주는 것은 물론, SK하이닉스의 동의를 얻어 기반시설의 연계사용을 제안하고, 싱가폴 본사 CEO를 설득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우리시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50년간 무상에 가까운 임대료와 조세가 감면되는 외투지역이나 자유무역지역과 비교하여 이천은 매리트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인천의 영종도 자유무역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 유력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다. 1998년 9월에 제정된 ‘외국인투자 촉진법’은 외국인투자 지원과 외국인투자 유치를 촉진,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신규투자가 아닌 국내에서 20년 이상 기업활동을 영위하던 외투기업이 외국인투자지역 또는 자유무역지역으로 이전하는 경우에도 임대료와 조세 등을 감면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존 외투기업이 유출됨에 따라, 해당 지자체는 지방세 감소와 종업원 이주로 지방재정 악화와 상권 붕괴 등 지역공동화 현상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한 지역에 잘 있는 기업을 억지로 빼다가 다른 지역에 옮겨 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 이 법의 취지는 아닐 것이다. 이를 두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부합한다고 볼 수는 없다. 더구나, 인천시와 이천시는 경제규모부터 비교대상이 아니다.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이것은 말이 안되는 불합리한 지원인 것이다.
또한, 지금과 같이 국가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신규 입지가 아닌 기존 외투기업의 국내이전에 대해서도 법인세 등 국세를 감면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당초 이천시는 개별형외투지역 지정을 건의하였으나, 정부는 기존 기업에 대한 법인세 등 국세 감면과 특혜 소지 등을 이유로 거부했었다.
스태츠칩팩코리아가 영종도 자유무역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근로자 2천300명의 유출에 따른 막대한 지역경제 피해와 약 300억원의 법인세 등 국세 손실이 불가피하다.
외국인투자 유치 실효성 제고와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 목적에 부합토록, 기존에 등록된 외투기업이 국내에서 이전하는 경우 ‘외국인투자 촉진법’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병돈 이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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