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묻지마 흉기난동’ 홀대한 술집 주인 혼내주러 갔다가… 엉뚱한 곳서 범행
수원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의 범인 강남진(39)은 당초 1차 범행을 저지른 주점이 아닌 다른 주점에서 범행을 저지르려 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 ‘나를 홀대해 혼내주려 했다’
22일 수원중부경찰서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20일 오후 4시께 수원 성균관대역 부근 술집에서 혼자 소주 4병을 마신 뒤, 밤 9시50분께 이전(17일)에 들렸던 파장동 S주점에서 1시간50분가량 양주 1병을 더 마셨다.
이때 강씨는 술값으로 주인과 실랑이가 붙었고, 이 과정에서 경찰에 부당한 값을 요구한다며 신고해 지구대 경찰이 출동까지 했다.
경찰의 중재로 2만원을 받아 나온 강씨는 파장시장으로 장소를 옮긴 뒤 “나를 홀대 한 느낌이 들어 혼내줘야겠다는 생각에 마트에서 과도를 구입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어 강씨는 “하지만, S주점을 찾지 못해 마침 눈에 띈 곳으로 들어갔으며 성폭행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주점 못찾아 눈에 띈 곳 들어가… 성폭행 의도 없었다” 주장
‘밥 달라’ 뻔뻔한 태도서 돌변 … 감형 노린 계산된 행동 분석
범인에 숙식 제공한 법무보호공단은 주민들 항의 빗발
그러나 경찰은 S주점과 1차 범행장소가 단 4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다, 피해자 진술과 범행 당시 정황 등을 미뤄 강씨가 감형 등을 노리고 범행 동기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 살인과 살인미수, 강간상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 감형 노린 고도의 심리전?
강씨는 21일 경찰에 붙잡히고서 ‘술에 너무 많이 취했으니 3~4시간만 재워달라’, ‘배가 고프니 밥을 달라’는 등의 안하무인 태도를 보였다.
또 1차 범행주점에서 여주인에게 ‘문을 잠가라’, ‘옷을 벗어라’라고 위협했으며, ‘욕구를 참을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22일 범인 강남진은 180도 달라져 있었다.
현재 강씨는 유치장에서 제공된 도시락을 거의 먹지도 않은 상태이며, 전날과는 달리 눈을 감고 멍한 표정으로 널브러져 있는 상태다.
또 ‘단지 혼내주려고 했을 뿐 성폭행 의도는 없었다’, ‘뒤쫓는 사람을 피해 들어간 집에서 맞닥뜨린 남자가 소리를 질러 겁이 나 흉기로 찔렀다’고 말을 바꿨다.
이는 살인죄보다 형량이 낮은 상해치사죄를 염두에 둔 계산된 행동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 강씨는 첫 범행 후 도주하던 몇 분 사이에 추적을 피하려는 듯 휴대전화를 버릴 정도로 치밀했다.
■ 쓸쓸한 장례식에 유가족 오열
강씨의 묻지마 흉기난동에 희생된 K씨(65·남)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는 수원의료원 장례식장에는 쓸쓸한 적막감만이 흐르고 있었다.
오전 10시께 찾아간 장례식장에는 고인의 사촌과 지인 4명만이 쓸쓸히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부인 L씨(60)와 아들 A씨(34) 역시 범인 강남진이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쳐 치료를 받는 터라 빈소의 빈자리는 더욱 커 보였다.
문상객을 대접하기 위한 상(床) 9개 역시 텅 빈 채로 덩그러니 놓여 있었으며, 다른 빈소에서 흘러나오는 슬픈 곡소리도 이곳에는 없었다.
■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갱생보호소) 혐오시설 전락
강씨가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소재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경기지부에서 숙식을 받아 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변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주민 S씨(49·여)는 “공단이라는 이름때문에 평범한 공기업이라 했었는데, 감쪽같이 속았다”면서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주변 부동산 관계자 역시 “사건발생 이후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문의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으며, 강씨가 머물던 경기지부에는 공단을 혐오시설로 보고 항의하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공단 관계자는 “이미 죗값을 다 치르고 출소한 다른 입소자들도 이번 사건의 피해자”라고 토로했다.
정자연·김민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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