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상가… 불안한 밤길… 수원 민심 흉흉

오원춘 사건에 묻지마 살인까지 잇단 범죄 발생

인적 일찍 끊기고… 하굣길 학부모 마중 행렬

강남진 흉기살해 사건 등 수원에서 잇따라 강력사건이 발생하면서 주변 주택가와 상가밀집지역에 행인의 발이 뚝 끊기거나 학교에는 등·하교를 시키려는 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등 주민불안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25일 밤 10시께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의 한 주택가.

여름철 내내 모기장만 친 채로 창문과 현관문을 열어놓고 지냈다던 정자동 주택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인적 없는 주택가의 골목을 가득 채우는 것은 가로등 불과 길고양이들의 울음소리뿐이었다.

같은 시각, 권선구 세류동의 한 주택가도 대문들이 굳게 닫힌 채 골목을 거니는 인적까지 드물어 을씨년스러움을 더하고 있었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P씨(66)는 “살인사건 때문인지 밤늦게 물건을 사러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며 “동네가 이렇게 흉흉해서 어떻게 장사를 해먹겠냐”고 한숨지었다.

주택밀집지역 외에도 학원가와 버스정류장, 유흥가 등에서도 주민들의 불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밤 11시께 경수대로변의 한 버스정류장에서는 집으로 귀가하는 수험생들을 데리러 나온 부모들이 눈에 띄었으며 앞서 24일 오후 3시께부터 수원여고 교문 앞에는 하교를 마중나온 학부모 수십여명이 대기하기도 했다.

학부모 S씨(51·여)는 “도저히 안심할 수가 없어 수능시험이 끝날 때까지는 계속 데리러 나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새벽 1시께 장안구 파장동의 한 주점거리는 사건의 여파 때문인지 영업을 일찍 끝냈거나 아예 영업을 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영업을 하던 곳 역시 평소보다 1~2시간 이른 새벽 1시께 문을 닫았다.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K씨(51·여)는 “사고 소식을 접하고 영업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 단골손님의 요청에 잠깐 문을 열었다”며 “곧 아들과 함께 가게문을 닫고 귀가할 예정이다”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새벽 늦게까지 거리를 걷는 사람 대부분은 혼자 걷기보다는 2명 이상 짝을 지어 다니는 일행들이 많았다.

자녀와 함께 귀가하던 주부 J씨(47·여)는 “묻지마 범죄가 자주 일어나다 보니 함께 걷는 동안에도 자주 뒤를 돌아보게 되는 등 길을 걷기가 무섭다”고 토로했다.

박광수·김민기자 suein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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